[리뷰] 감독: 이종언,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보민, 김수진 외
3월 18일. 광화문에서 세월호 천막이 4년 8개월 만에 철거되었다. 같은 날 저녁 건대입구역 한 극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가족에 대한 영화 <생일>의 시사회가 있었다.
<생일>은 순남(전도연)과 정일(설경구)의 시점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맞벌이 가족의 마음 깊숙한 곳에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 정일은 먼 곳에서 수년만에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다. 순남은 그런 정일을 반갑게 맞이할 수 없었다. 순남의 마음은 굳게 닫혀있는 것 같다.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순남이 아들 수호를 떠올리며, 메신저 앱을 열고 지난 대화를 살펴본다. 관객은 비로서야 이야기의 주제에 다가서게 된다. <생일>에서 다루고 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묘사는 극히 제한된다. 남아있는 가족을 모습을 조심스럽게 비추며 관객(일반 관객과 희생자 가족 모두)을 배려한다.
세월호 참사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빼앗아 갔는지, 그리고 끝나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시선을 둔다. 이종언 감독의 활동(안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세월호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을 연출했다)을 모른다 하여도, 연출하는 과정에 진지한 고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순남의 가족에서 시작한 영화는 조금씩 이웃과 다른 유가족들의 이야기로 차츰 넓어진다. 우찬 엄마(김수진)처럼 유가족에게 우호적인 이웃도 있지만, 이해관계로 바라보는 사람, 냉소적인 사람들도 등장한다. 마지막에 수호의 생일을 함께하는 장면은 30분 롱테이크로 촬영되었다. 감독과 배우, 관객까지 한마음으로 울었다. 멀리 뉴스 단면에 있는 이야기가 아닌, 피부로 느껴지는 슬픔이다. 그렇게 한참 눈물바다가 됐다. 시사회가 끝난 후, 이종언 감독을 통해 유가족의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우찬 엄마 같은 이웃은 실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생존 학생들은 친구와 유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있고, 먼저 수습된 유가족들은 미수습자 유가족에게 죄의식이 있다고 한다. (세월호 트라우마 이웃이 묻고 정혜신이 답하다. P 22-26) 그리고 그날의 참사로 뉴스로 지켜본 사람들은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을 것이다. 그날의 슬픔과 트라우마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