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toyourverse Jul 05. 2019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MCU 페이즈 3의 마지막

7/2 관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블은 왜 <엔드 게임>이 아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파 프롬 홈>)을 페이즈 3 마지막으로 했을까. 지난 10년 간에 대장정에 <엔드 게임>으로 방점을 찍은 지 개봉일 기준 10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일부 극장에서는 아직 상영 중이다. 관객에게도 <엔드 게임>의 여운이 남아있다. 피터 파커가 다니는 학교의 교내 방송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타노스라는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고 은퇴한 히어로에 대한 존중과 추모를 잊지 않는다. 유튜브 세대답게, 조금 만듦새가 엉성하긴 해도 영상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전한다.


관객들은 <엔드 게임>을 본 후에 '그럼 지난 5년 동안 희생자가 죽은 줄 알고 지냈던 생존자는 희생자가 갑자기 돌아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고 의문을 품었다. 이것을 블립(Blip) 현상이라 정의하고 짚고 넘어간다. 가족 내에서 원래 동생이었는데 더 나이를 먹고, 학교에서도 동급생 간에 차이가 발생한다. 성인들은 가정이 아예 깨진다거나 배우자가 외도하는 등. 일반인도 만만치 않은 사회 문제를 겪는다.


<파 프롬 홈>은  뉴욕을 벗어나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피터가 가는 도시마다 때마침 빌런이 나타나는 것은 너무 작위적일 수밖에 없는데. 빌런이 나타날 곳을 예측해서 미리 파견한다는 설정으로 우회한다. 하지만 유럽으로 옮겨 놓은 액션 시퀀스는 뉴욕을 배경으로 할 때와 별다른 차별점이 없었다. 단지 뉴욕 가까이 있는 동료 히어로의 등장을 막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떼어놓은 것에 그친다. 그래픽 노블과 달리 MCU는 히어로가 자유롭게 등장할 수 없으니 아쉽지만 이해한다.


<파 프롬 홈>은 사춘기 소년 피터와 스파이더맨과 사이에서 겪는 정체성의 갈등을 다룬다. 피터는 MJ와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와 히어로로서 맡은 의무 사이에서 고뇌한다.  <엔드 게임>의 시간대가 흐르는 동안, 해피에게도 몇 가지 변화가 생겼고 전작에서보다 피터와 훨씬 가까워진다. 아이언맨이 맡았던 스파이더맨의 멘토 역할을 자연스럽게 이어받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서 아이언맨의 존재감은 단지 한 명의 히어로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아이언맨은 MCU가 여기까지 오게 만든 원동력이고,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히어로 면면에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파 프롬 홈> 배경의 곳곳에 은퇴한 히어로의 벽화가 있는데 단연 아이언맨의 벽화가 가장 많이 비친다. 후반부에 스파이더맨이 새로운 슈트를 만드는 시퀀스는 아이언맨 1편의 오마주이다. 이제는 정말로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은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닉 퓨리는 <캡틴 마블>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비중이 높다. 이전까지는 어벤져스를 한데 모으고 결속시키는 역할이었다면 페이즈 4부터는 서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 같다. 이 또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부재에서 오는 역할 분담일 수 있다. 두 번째 쿠키 영상이 보여주듯이 지구에 있는 닉 퓨리는 사실 스크럴 종족의 리더 탈로스였고 진짜 닉 퓨리는 우주에서 무언가 일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파 프롬 홈>이란 제목은 어쩌면 닉 퓨리에게도 해당한다.


세 번째 리부트만에 힘겹게 MCU에 편입된 이번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말하는 벤 파커는 없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그 교훈을 직접 경험하여 체득한다. 자신이 책임을 회피했을 때, 판단을 잘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정체성을 찾고, MJ의 사랑도 얻지만 페이즈 4에서는 더 큰 시련이 스파이더맨을 기다리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