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킷을 활용한 작지만 확실한 용기 만들기
마음의 상처,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서
한 발을 내디딜 때 세상은 마법처럼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그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려울 뿐.
무서운 세상이다. 피부에 와 닿는 것 외에도 마음으로 얻는 상처가 더 큰 세상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집 안에서 들어선 후에야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쉴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집 안, 창문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그 곳에는 더 큰 세상이 있다. 온갖 새로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호기심이 가슴에 일렁이지만, 매번 나를 붙드는 것들이 있다. 지금껏 내가 고수해온 나의 삶과 현재의 지위, 안전, 나를 이루는 것들, 편안한 침대. 감히 그것을 포기하기엔 선뜻 용기가 나질 않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떠오른다.
이 곳을 떠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앞선다.
여정의 주인공이 되는 건 언제나 특별한 사람이다. 지혜롭고, 용기가 가득하고, 용맹하며,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누군가 세상으로 뛰어들 때는 안도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내가 그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우리는 실망하고 다시 집 안으로 웅크리고 만다.
하지만 특별한 존재여야만 지혜와 용기와 따뜻한 가슴이 있을까?
들여다보면 내게도 그런 귀한 가치들이 간직되어 있다. 단지 그것을 펼칠 순간이 없을 뿐.\
그럴 땐 주저 말고 당신만의 용기의 숲으로 뛰어들어가 보자.
손수건도, 캐리어도, 모자도 필요 없다. 내가 어떻게 밖으로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이제 꼭 10분 남았네. 뛰어가야 할 거야."
"하지만......"
"이럴 시간 없네!"
"하지만......"
"이럴 시간도 없네! 어서 출발하게!"
죽는 날까지 빌보는 어떻게 자기가 밖으로 나왔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호빗, J.R.R 톨킨>
빌보(호빗)도, 월터 미티(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그렇게 여정을 시작했다.
어떤 준비 없이 그저 갑작스럽게.
용기의 숲은 그들의 여정보다는 좀 더 친절하게 당신들을 숲으로 초대한다.
도전하는 선택을 응원하고, 부담 없이 어깨에 힘을 빼고, 숲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사랑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용기의 숲>
제작. 김은휼
내가 용기의 숲 툴킷을 만난 건 지인이 추천한 텀블벅 펀딩에서였다.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용기보다는 [도구]로서의 활용도가 높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제작자의 스토리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 착각에 빠졌다는 것을 안 건, 개봉 후였다. 사용법을 몰라 길 위에서 헤매기 시작했다. 카드 뒷면에 적힌 메시지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도 몰랐고, 길을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용기의 숲이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느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깊은 숲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이었다.
카드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내 모습과도 같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헤매며 나를 둘러싼 나무들이 때론 괴기스럽고, 이 숲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아 두려웠다. 야심 차게 툴킷을 구매했으나 사용할 줄도 모르는 자신이 한심했다. 몇 번의 좌절을 맛본 후 용기의 숲은 내 사무실 서랍장에 봉인되고 말았다.
그러나 봉인된 것은 언제나 해제되기 마련이고, 그럴 시기는 반드시 오는 모양이다.
두 자릿수라는 근속이 무색하게도 몇 번의 교육 기획과 진행에서 좌절감을 맛본 후 나는 자존감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뭘 해도 안될 것 같고, 뭘 해도 못할 것 같다는 말이 내 입에서 습관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인지한 순간에는 간단한 교육 진행조차도 무서워서 벌벌 떨며 청심환을 삼키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서랍 속에 봉인된 용기의 숲으로 도망쳤다.
숲에 들어선 후 나는 또 망설였다. 또다시 길을 못 찾고 헤매면 어쩌지? 또 바보같이 나가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면 어쩌지? 어떤 성과도 수확도 없으면 나는 어쩌지?
무수히 많은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떠돌고 있을 때, 괴테가, 조이 벨이, 에디슨이 다독거리고 격려해 줬다. 영혼 없이 칸을 이동하기만 했던 노란 나 자신이 한 칸 한 칸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응원해 주고, 외로운 내 여정에 동행이 되어 주었다.
용기는 이 숲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었다. 나는 숲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났다.
그곳의 나는 나약했다. 겁이 많고, 연약하고, 걱정이 많으며, 매사 조심스러웠다. 내가 알던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비난하지 않았다. 용기를 가지고 내 모습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그렇게 때론 용기를 얻고, 때론 아직 망설이며 큰길과 좁은 길을 오간 채 나는 여정의 끝에 도달했다.
스스로가 얻은 작은 용기로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그 용기를 가지고 용기의 숲 소규모 워크숍을 열어보고 싶어 졌다. 테이블보다는 큰 강의장에서 펼쳐놓고 해 보고 싶어서, 소규모 워크숍을 열기 위해 제작자님께 큰 사이즈로 툴킷을 제작할 수 없는지 여쭤봤지만 여러 여건상 제작이 어려웠다. 결국 머리를 싸매다 용기의 숲을 모티브로 나만의 숲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의 용기에게 칭찬을!)
빌보가 떠난 여정처럼 또는 월터 미티가 떠난 여정처럼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갑작스러운 여정을 제안했다. 감정 노동이 주가 되는 회사에서, 사람에게, 일에 지쳐온 직장 동료들이 좀 더 기운을 차리고 자신의 일과 삶에서 용기 내어 살아갔으면 했다.
여정의 시작은 떠밀려서 시작하지만 함께 숲을 헤매고, 또 용기를 얻고, 동료를 만나 괴물과 물리치고, 자신의 숨겨진 힘을 찾으며 무사히 여정을 마친다면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지난 7월 마지막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15명의 크루가 함께 모여 시작한, 여정의 첫출발은 빌보가 사는 안락한 굴처럼 자신의 안락한 집에서부터였다. 각자의 이름을 갖고 개개인의 삶을 살아가며 지키고 싶은 것들(빌보에게는 소파나 침대, 저녁 식사 등)을 나는 어떻게 떠나올 것인지를 떠올렸다. 빌보에게 난쟁이 동료들이 있듯, 그들의 동료들을 찾고, 간달프와 같은 이정표가 될 사람도 찾아보도록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싫게 하거나, 힘들게 만드는 괴물을 찾고, 누구와 함께 싸워 이길 것인지 나의 삶과 직장 생활을 직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잘하는 일을 자랑하고, 장점들을 찾고 서로 이야기해 주며 자존감도 함께 올렸다. 무엇보다도 계속할 수 없도록 만드는 변명에서 어떤 용기를 얻을 것인지 고민하고, 여정을 중도에 멈추지 않을 방법들도 함께 모색했다.
마지막으로 그 여정의 끝에서 자신이 만나고 싶은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것은 빌보처럼 집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영웅들처럼 새로운 여정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숲을 통과하며 얻은 용기들을 함께 나누고, 스스로에게 주는 용기의 메시지도 기록해 보도록 했다. 내가 툴킷에 펀딩 할 때 요청드린 메시지처럼 말이다.
하늘도 우리와 여정을 함께한 걸까? 약 4시간 정도 되는 짧은 여정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나와 함께한 15명의 크루들은 숲의 여정에서 즐거운 일들도 겪었지만, 때론 보기 싫은 나, 괴로웠던 순간들을 상기하는 일들과도 맞닥뜨려야만 했다. 그때마다 스스로가, 또는 동료가 함께 용기를 주며 포기하지 않고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네가 돌아온다면, 전과 같지 않을 거야.
여정을 마친 후 삶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어떤 대단한 일을 겪어도 집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나의 모습도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가슴속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자신감 있는 자신이 되겠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자신이 되겠다.
용기 있게 성장하겠다.
불안하지 않고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내가 되겠다.
─크루들이 여정을 마친 후 남겨준 메시지
작은 용기를 가슴속에 품은 이들이 바라는 모습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그들의 용기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아 어떠한 순간에도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동시에 이런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준 용기의 숲 제작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용기의 숲
제작. 김은휼
https://www.tumblbug.com/cforest/story
[현재는 밀어주기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