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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Mar 05. 2019

학습자를 다시 생각하다

당신의 학습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의를 설계하다 보면 학습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또 선배 강사로서 후배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강의를 설계할 때는 여러 고려 요소들이 있지만, 학습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강사 스스로가 직접 강의 현장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학습자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함께 교감하고, 학습자가 기뻐하고, 좋은 피드백을 주면 강사는 없던 힘도 솟아나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럼 강사는 학습자를 위해서 대체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 

 성별, 나이, 학습 수준, 성향?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강의를 설계하고 진행하면 정말로 모두가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제 막 강의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학습자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나와 있는 서적이나 논문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크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배우면 된다. 기술적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냐의 문제이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사 스스로가 학습자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을 쌓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는 성찰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습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왜 중요할까? 


 "요즘 친구들은 이해력이 전 같지 않아요."
 "집중력이 떨어져요."
 "우리 때 하고는 영 달라요." 


 근래 들어 많이 듣는 강사들의 하소연이다. 나도 '내 맘 같지 않은' 학습자를 만나면 포인터가 으스러질 만큼 힘을 줄 때가 있고, 처참한 피드백에 샤워기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기도 한다. 충분히 속상한 마음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털어버려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인셉션>처럼 마음에서 느끼는 것들이 중요한 '관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학습자는 이해력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태도가 좋지 않다는 '관'을 가지고 있다면 강사의 목표는 무엇이 될까? 어떤 방법들을 활용할까? 어떤 마음으로 강의에 임하게 될까? 

 

 학습자와 강사가 충분히 인터뷰를 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실제로 그럴 기회도 없고), 강사는 최선을 다해 학습자라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 밑바탕에는 강사-학습자(교사-학생)라는 전통적인 관계, 관리자의 입장, 강사가 겪었던 다양한 학습자들이라는 개념이 뒤섞여 있다. 강사는 자신의 학습자관을 토대로 가장 적합한 교수법과 결과를 도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학습자를 위한' 사명감 앞에 '정말 학습자도 원할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강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나를 억누르고, 지배하고, 강요하는 학습의 흐름 속에서 학습자는 과연 행복하고 즐거울까? 배움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정말로 학습자는 배움을 거부하는 사람들인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배우며 살아가는 존재다. 배우는 것을 거부했다면 '엄마, 아빠'라는 경이로는 한마디로 모두를 기쁘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우리가 전통적 선입견에 갇혀 학습자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것을 발견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는 학습자들은 늘 강사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강사가 가진 모든 좋은 것들을 내어주고 싶게 만든다. 그 마음을 특정 학습자에게만 적용하기보다 모든 학습자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확대해 보면 어떨까? 배움에 대한 열망, 배운 것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해주면 어떨까? 그들을 위한 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 보면 어떨까? 



 답은 강사 스스로가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 강사도 학습자도 서로에게 행복하고 좋은 것을 내어주고 싶은 경험이 될 것이고, 그 자체가 배움의 축제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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