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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Nov 11. 2021

 아프다는 소식을 전한다는 것.


오늘 마음을 먹고 친구에게 보내기 위해 펜을 들었다. 늘 엽서만 주고받다가 아주아주 오랜만에 펼친 편지지가 낯설다. 한 장도 채 채우지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아이쿠 웬 걸... 

다 쓴 편지지를 접으니 두툼하다. 


상대방의 안부를 제대로 묻지도 않고 내 근황 따위나 잔뜩 휘갈겨 댔으니, 편지를 받을 친구에게 몹쓸 짓을 했다. 게다가 그 내용이 수술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이니 친구가 부들부들 떨면서 연락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네...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좋은 일이 아니니까 소식을 선뜻 전하지도 못하고, 또 모른 체 넘어가기엔 그들과 내가 지내온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하고... 극한의 시나리오까지 써내려 가는 나로선 종종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게 무섭기도 하다. 


교차되는 여러 불안과 미안한 감정들이 손 끝 떨림으로 전해진다. 

무덤덤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내가 아직 철이 덜 든 탓이다. 쫄보인 탓이다. 




누구도 이런 소식을 전했다고 책망하진 않았고, 않을 테지만  아픈 사람은 죄인이 된다는 - 어떤 이의 유작이 떠오른다. 



생일을 앞두고 있는 엄마는 아픈 딸을 두고 무슨 생일이냐며, 손사래를 쳤는데 - 내가 몸을 함부로 쓴 탓에 아픈 것을 엄마는 또 자기 탓을 하며 말없이 울었겠지. 


여전히 나는 엉엉 소리 내어 울지 못하겠다. 내가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아 아직은 겁이 난다.

난 쫄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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