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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Apr 20. 2017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의 학창 시절은 질풍노도의 시간이었다. 집이 제일 싫었고 아무도 없는 도서관이나 늦은 밤 옥상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학교는 행복하고 멋지고 똑똑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장소였으며 그 속에서 나는 더욱 비교당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추락했다. 그래서 더욱 정을 붙이기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공부에 대한 가능성조차도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공부를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으며, 공부만 집중하기엔 너무 많은 생각들에 휩싸였다. 어차피 나를 알게 되면 멀어질 친구는 만들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더욱 최악이었다. 학교도 많이 빼먹고 밖으로 겉돌아 다들 대학 입학도 못할 거라고 했다. 고2 담임은 돈도 빽도 없고 머리도 나쁘니 고등학교를 관둘 것을 권했다. 하지만 수능 100일을 앞두고 밤새 공부한 덕에 그나마 지방 대학이라도 갈 수 있게 되었다.


 대학 생활도 생계에 버거워 자퇴를 하고 십여 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한 지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잘 지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은사님 앞에서 나는 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약간은 나무라듯이 꾸짖는 선생님. 정말 궁금했다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연락이 끊긴 나에게 적잖이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참으로 미안한 마음에 나는 선생님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잡아 주시기 위해 노력했던 선생님의 노력이 컸는데 감사의 인사는커녕 연락마저 끊고 지냈으니 오죽했을까.




 그러나 오랜 친구들과 선생님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결혼을 앞둔 친구들의 이야기나 결혼을 한 친구의 신혼 생활 등 선생님은 묵묵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인자하고 온화한 선생님의 표정에서 나는 순간 14살의 나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때 조금 더 일찍 마음을 다잡고 지냈다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다는 후회와 더불어 기억 속의 상처 투성이의 소녀가 잘 자라준 것이 기특해졌다. 성공과는 관계없이 나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는 사람들. 어쩌면 성공이라는 타이틀로 무장했다면 이런 온기를 내가 느낄 수 있었을까.





 세상은 내가 돈이 많지 않아도, 명예가 없어도 온전히 나로서 나를 사랑해주고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들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가족, 친구들, 은사님. 그리고 지금 집에서 나만을 기다리고 있을 우리 쿠우.



 따스한 마음으로 내일을 살아갈 온기가 조금씩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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