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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Apr 01. 2018

내가 사랑하는 가마쿠라

가마쿠라 여행기- 프롤로그

 

내가 사랑하는 가마쿠라

 <가마쿠라 여행기, 프롤로그>






 누구에게나 제2의 고향이 있다면, 나에게 제2의 고향은 처음 혼자 발을 내디뎠던 가마쿠라가 아닐까. 히말라야 줄기를 타고 자란 에베레스트의 장관에 감탄하면서도, 바다가 아름다운 태평양 너머에서 호사스러운 휴식을 누리면서도 나는 고요하고 작은 마을에 대한 향수병에 괴로워했다. 해외를 다녀오는 날이면, 붉은 석양이 보이는 비행기 창가에 머리를 묻고 가마쿠라를 향한 꿈에 젖었다.

 내가 만들어낸 환상과 꿈으로 가득 찬 작은 마을. 막상 가마쿠라에 발을 내디디면 나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애수에 젖은 환상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공허한 현실만 남지만, 가마쿠라는 언제나 나에게  짙은 향수를 남긴다.



슬램덩크에 나오는 료난 고교로 가는 교차로 <가마쿠라 코코마에>


 도쿄에서 약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가마쿠라는 만화 슬램덩크로도 유명한 곳이지만(그러고 보니 신기하게도 글을 쓰는 오늘이 가마쿠라를 상징하는 슬램덩크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의 생일이다) , 영화 <바다마을 다이어리>의 세 자매가 살아가던 곳이기도 하다. 그것만으로도 가마쿠라의 매력은 충분하지만, 마을을 달리는 초록색 전차 에노덴과, 잔잔한 파도, 일본의 정취가 그대로 담겨 있는 작은 마을과 정겨운 사람들이 가마쿠라를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만든다.


시간도 쉬어가는 와다즈카 역

 처음 가마쿠라에 갔을 때 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었다. 무작정 처음으로 혼자 떠난 외국 여행이었고, 휴대폰도 불통, 여행 책자는 잃어버린 채 계획 없이 도착한 곳이 가마쿠라였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실수로 내린 간이역에서 나는 절망했다. 방향도 목표도 잃어버린 채 우산도 없이 비에 젖어 벤치에 앉았다. 다음에 올 에노덴을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눈 앞의 철길은 고요했고 천천히 떨어지는 빗소리가 전부였다. 갑자기 불안했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목표도 방향도 없으면 어떻단 말인가. 작은 간이역은 급할 필요 없다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날 다독이는 것 같았다.


 그 날, 나는 그곳에서 가마쿠라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조증 마냥 수많은 일을 시작하면서 부쩍 바빠진 작년과 올해. 동시에 내 시간도 너무도 빨라졌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온 것마저도 잊고 있었다. 하늘을 보니 벚꽃이 사방 가득 피어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꽃잎을 좀 더 오래오래 보고 싶어 졌다. 동시에 느린 가마쿠라가 다시 그리워졌다.


 처음 가마쿠라 여행에서는 사랑에 빠졌고, 두 번째에는 향수를 얻었다. 세 번째에는 고향을 느꼈고, 이번 네 번째 여행에서는 가마쿠라의 느린 시간과 하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나에게 좀 더 특별해지는 이유는 늘 혼자였던 가마쿠라가 아닌, 28년간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와 그녀의 뱃속에 있는 소중한 생명과 함께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행 일정
1 day. 출국(김해/나리타) - 가마쿠라 - 쓰루가오가 하치만구
2 day. 고쿠라쿠지-에노시마-가마쿠라 코코마에-시치리가하마
3 day. 도쿄
4 day. 아사쿠사 - 스미다 - 귀국(김해/나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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