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는 사라지지만 마음은 남아있다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간 듯했다. 먹성 좋고 활기찬 마흔 명의 신입 사원들이 1박 2일간 머물렀던 자리는 폭풍의 잔여만 남아 있었다. 과정을 진행한 강사들은 정리되지 않은 의자에 앉아 잠시 넋이 나간 듯 강의장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벽에 붙은 시간의 흔적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다 소진한 기분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을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힘겹게 팔을 뻗고 벽에 붙은 종이를 떼어내는 순간, 찌이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이제 과정이 끝났구나.
실감이 난다.
강의장에 붙은 자료들과 자리를 원래대로 정리하면서 우리가 1박 2일간 진행했던 흔적들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우리네 손으로 공들여 세운 강사들의 '무대'를 철거하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 교육생들이 남긴 포스트잇 하나를 떼네는 것도 힘들었다. 그들과의 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강의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을수록 강사들의 마음에는 아쉬움과 공허함이 크게 자리 잡는다.
텅 빈 강의장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시간들이 마치 꿈처럼 느껴져서 지난 시간들의 형체를 더듬어 보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불 꺼진 강의장과 고생했다며 우리네들끼리 어깨를 다독이는 것뿐. 씁쓸하게 마지막 강의장을 눈에 담고는 캐리어를 끌고 돌아섰다.
사람들이 흔히 보는 화려한 강사의 모습 뒤에는 언제나 수많은 발버둥 같은 시간들이 있다.(기본적인 교육 준비 외에 명찰을 자른다던지, 책상을 옮기거나, 간식을 세팅하는 등..) 그것을 누군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사들이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우는 이유는 교육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해 나가며 그 순간에 푹 빠져 있는 또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그리고 이렇게 남겨진 작은 소감 한 마디가 우리 강사들을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