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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Jul 13. 2018

영업: 고객에 대한 관심이 먼저다

영업은 물건이 아닌 마음을 사는 것이다

 통신회사 고객센터에 근무하면서 종종 영업이 주 업무인 상담사들과 롤플레잉이나 케이스 스터디를 하곤 한다. 그럼 상담사 대부분은 고객의 표면적인 것들, 예를 들면 연령이 어느 정도인지, 사용량은 어떻게 되는지, 평균 통신 요금은 어떻게 되는지는 잘 파악해 낸다. 그러나 그 친구들 대부분이 나를 최종 계약까지 이끌고 가지 못하고 아래와 같은 불평을 말하곤 한다. 

 

 "강사님이 고집을 부려서 그래요."

 

 난 한 번도 고집 센 고객을 연기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스킬이 뛰어나지 않아서도 아니다. 반론이나 요금 설명에 대해서는 매우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초반에 고객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상담이 종료되고 만다.

 대체 왜 그런 걸까?  

 나는 종종 실패한 케이스를 두고 롤플레잉이나 스터디가 끝난 후 이렇게 질문해 본다.


 나 : 이 고객에 대해서 아는 것을 모두 말해봐요.


 이럴 경우 대다수가 처음 언급했던 고객의 표면적인 것들을 이야기한다. 사용 요금, 통화량, 데이터 사용량, 연령, 사는 지역, 멤버십 활용 정도를 잔뜩 나열하면 나는 다시 묻는다.


 나 : 그럼 이 고객님은 왜 이렇게 사용할까요?


 그 질문에 상담사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당연히 대답하지 못한다. 그럼 다시 되묻는다.


 나 : 왜 답변을 할 수 없을까요?

 상담사 : 몰라서요.

 나 : 왜 모르죠?

 상담사 : 묻지 않았어요.

 나 : 그럼 왜 묻지 않았죠?

 

 이럴 경우 보통은 두 가지 대답이 나온다. 영업 상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나 이런 생각 자체를 해 보지 않았기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많은 영업 상담사들이 놓치는 것이 바로 이 포인트다. 무조건 싼 값만을 강조하곤 하는데 이것은 고객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인 금액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이 물건을 구매할 때를 생각해 보자.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저렴한 것을 무작정 선호하지 않는다. 상황과 여건 속에서 저렴한 것을 선호하기도 하고, 고급스러운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 그럼 여기서 다시 상담사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 : 만약에 이 고객이 상담사님의 동생(또는 가족/친구)이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상담사 : (잠시 생각 후) 왜 이렇게 쓰냐? 데이터 왜 이렇게 초과했어? 너 대체 데이터로 뭐 하는 거야? 그럴 거면 차라리 요금은 이렇게 이렇게 바꿔 쓰는 게 훨씬 좋은데!

 나 : 고객과 동생은 어떤 차이가 있어요?

 상담사 : 잘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요.

 나 : 그리고요?

 상담사 : 관심이 있는 사람이랑 없는 사람이요.

 

 그렇다. 상담사의 말처럼 결국 고객에 대한 관심의 차이다. 대부분의 상담사들은 내가 상담하는 고객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니 없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내가 잘 알고 관심이 있는 상대라면 확실한 맞춤 제안이 알아서 나온다. 그러나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고객에게 내가 어떤 맞춤 제안을 할 수 있겠는가? 

 

 소개팅을 예를 들어보자. 내가 호감이 가는 상대가 나타났다면 취미나 좋아하는 것들과 같은 사소한 것들마저도 궁금해질 것이다. 그러나 호감이 가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던, 취미가 무엇이던 관심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현재의 상담이 호감 없는 상대와 하는 소개팅 자리와 다를 바가 무엇일까? 


 내가 고객에게 조금의 관심을 가진다면, 왜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지, 고객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다양한 질문들을 나누면서 조금씩 고객과 대화하게 된다. 그러면서 고객은 상담사에게 마음을 열고, 상담사 또한 진심으로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이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고객의 상황과 처지에 대한 것들이 이해되면서 고객의 숨은 감정까지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1차원적 공감이 "맞벌이로 자녀분이 혼자 있어서 많이 걱정되시죠?"라면, 한 층 깊은 공감을 나눈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고객님, 맞벌이로 자녀분이 혼자 있어서 많이 걱정되시고 속상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거 절대로 고객님 탓이 아니에요. 속상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도움드릴 게 있다면 찾아보겠습니다." 


 과연 고객은 어떤 상담사의 말에 가슴이 울릴까? 혼자 떠들어대는 상담사의 말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하고 그것이 결코 '내 탓'이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것. 그것이 고객이 상담사에게 듣고 싶은 말이며, 동시에 고객을 도울 수 있는 상담사의 진짜 역할이자 상담사 스스로에게도 일에 대한 가치를 심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상담사들은 고객에게 '관심'의 질문을 던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고객이 혹여나 대답하지 않거나 끊어버리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서 초조해지고 내가 해야 할 말 우선으로 고객을 취조하거나 윽박지르다시피 대한다. 굉장히 거친 영업 방식이다. 그러나 긴장되고 경직된 상태에선 어떤 것도 파고들기가 어렵다.  설령 파고든다 해도 균열이 생기고 쉽게 부서지고 만다. 그것을 진짜 영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 더 이상 영업은 물건을 사고파는 현장이 아니다. 고객들은 이미 물건보다는 '행복, 위로, 안정'과 같은 감정이나 가치를 구매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그러기 위해선 가치와 감정에 좀 더 시선을 돌리고 관심을 가지는 방법, 감정을 읽는 법을 더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담사들만의 노력 외에 리더의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다. 상담사들이 경직되는데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상담 스타일을 파악하기도 전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답이다고 강요받는 문화, 성장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환경과 부족한 교육 여건.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상담사들이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는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상담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들에게도 분명 책임은 있다. 상담사가 고객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물건'이 아닌 '마음과 위로'를 살 수 있도록 하려면, 고객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팀원에 대한 깊은 관심과 맞춤 교육 진행, 지속적인 훈련으로 상담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리더 또한 상담사들의 감정을 읽어줌으로써 그들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스스로의 성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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