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제

[매일 소설 습작] No.4_20190311

by 올리비아 킴

습작 No. 4


유주는 한 달 만에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매스컴에서는 더 이상 우주선 폭발 사건에 대해서 다루지 않았다. 극심해지는 미세먼지나 대북 외교,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49제가 진행되던 날, 나는 유주의 가족과 함께 했다. 유주의 49제는 고향인 부산에서 진행됐다. 있던 곳으로 부디 돌아오라는 유주 어머니의 바람이었다. 조만간 가족들도 부산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에서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기자들이 상처에서 회복되지 않은 유주 가족을 아프게 했다. 차라리 잘 된 결정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부산으로 향하면서 나는 며칠 휴가를 냈다. 가족도 아닌 친구의 죽음에 며칠 휴가를 낸다는 말에 부장은 탐탁지 않은 몇 마디 말을 던졌다. 기억할 것도 없는 말이라 담아두진 않았지만, 유주의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관계없는 사건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나는 집에도 들리지 않고 역 근처 숙박업소에서 쪽잠을 청한 후 아침 일찍 절로 향했다.


매캐한 먼지인지, 향내음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기가 무거웠다. 그 속에서도 유주는 잘도 웃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우주로 떠날 듯한 기쁜 마음에 벅찬 몇 달 전의 그의 얼굴이었다. 시간 앞에 스러져 가는 건 영정 앞에 바쳐진 꽃들뿐이다. 추억은 더욱 생생해지고 그가 없는 지금, 내일을 부정하게 된다. 유주와 얽혀 있던 사람들의 시간이 멈춰버렸다. 스님의 염불은 슬픔을 대신 노래하는 것처럼 들렸다.

49제가 끝나자마자 유주 어머니는 또 오열하셨고, 나머지 사람들은 새하얀 마스크를 끼고 도망치듯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나는 지장암 주춧돌에 걸터 앉았다.

먼지를 생각하면 오래 밖에 있을 수 없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하늘이 보이질 않는다. 시간조차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짙은 먼지는 며칠째 대한민국의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우주선이 폭발한 잔해가 지금에서야 지구로 닿는 걸까. 지장보살은 죽은 영혼이 극락세계로 갈 때까지 인도해 준다고 했다. 유주의 영혼은 어디쯤 있을까. 극락이 아닌, 우주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M31이라든지, M42 같은 아름다운 별이 모여있는 곳으로 떠난 건 아닐까.


우주로 가고 싶었던 건 유주뿐만 아니었다. 나도, 은하도 항상 동경하고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포기한 나와 달리 두 사람은 모든 걸 걸었다. 은하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깨닫고 지구에 남기를 선택하고, 유주에게 자신의 꿈을 부탁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이 유주에게 꿈과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꿈을 이룬 이는 사라지고 꿈을 부탁한 이들만 살아남았다. 세상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분했다.

유주는 죽고, 은하는 자취를 감추었고, 살아 있는 이들 중에 괜찮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단 한 사람이 세계가 사라진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유주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던 이들은 세계의 일부가 산산조각 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머지 세계가 부서지지 않도록 가녀린 가슴으로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것 뿐.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길 바라면서도 나는 은하가 책임을 온전히 떠 안길 원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책임을 전가할 때 은하 혼자 그 책임을 안으려 했다. 눈물마저 제대로 흘리지 못하던 은하의 얼굴이 기억난다. 큰 죄책감에 사로잡힌 은하가 사고의 책임마저 온전히 끌어안는다면 그녀의 세계도, 나와 연결된 또 다른 세계마저도 산산조각 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러나 나는 은하에게 문자 한 통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Olivia Kim No.3_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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