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나는 스타트업 경영관리팀에 입사해서 2021년 5월까지 재무관리팀의 재무 실무자로 일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첫 구직활동을 하던 당시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서류를 수도 없이 떨어졌다.배운 것이라곤 회계와 세법, 경영학 과목이었기에 나는 전공을살리고자 재무직군으로 입사 지원했다. 7년 전 첫 구직활동을 할 땐 몰랐던, 재무담당자의 실무를 단계별로 열 가지 소개해보겠다.
* 개인적으로 취업준비,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구직, 구직자라는 단어를 쓴다.
1. 세금계산서 발행
재무회계팀에 신입으로 입사하면 가장 먼저 맡게 되는 업무이다.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회사에는 매출채권이 생기게 된다. 전자방식이기 때문에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과세당국에도 자동으로 기록이 남는다. 기계적인 일이고, 업무 난이도는 낮은 편이나 회사의 매출실적을 재무제표에 반영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일이다. 부가가치세법 공부를 함께 병행하면 좋다.
2. 업무의 확장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면, 이제는 영업부서에서 말하는 매출액과 손익계산서상의 매출액이 일치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매출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수수료가 있다면 그 수수료에 대한 매입세금계산서가 올바른 금액으로 발행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매출과 관련된 업무들을 하나의 사이클로 확장시켜야 하는데, 이는 영업을 해오라는 뜻이 아니다. 영업을 이미 해온 매출을 채권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손익계산서상에는 매출로, 재무상태표상에는 매출채권(외상매출금) 또는 현금(보통예금)으로 반영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업무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3. 각종 비용 정산
'정산'이라 함은 돈을 지급하는/받는 단계까지를 이르지만, 실무에서는 돈을 지급하기/받기 전에 금액을 확정하는 단계를 말한다(비용은 양사 간 계약에 의해 협의된 날짜에 집행된다). 이때, 현업 담당자가 정산을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우 모든 정산 업무는 재무팀으로 넘어온다.
4. 매월 10일 세금계산서 발행 마감 및 원천세 신고, 납부
원천세 신고는 급여 정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급여담당자가 한다.
5. 월결산 및 관리회계
세금계산서 발행이 마감되었다면, 월결산을 진행한다. 그다음에는 CEO, CFO, CTO 등 C레벨 및 각 기능의 리더들이 모여 실적에 대한 월례회의를 진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월실적 보고 자료를 만든다. 매출은 어땠는지, 튀는 비용이 있다면 사유가 무엇인지, 각종 비용 지출이 올바른 수준인지, 예산과 실제 지출이 어떻게 다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매월 10일 세금계산서 발행 마감 이후에 월결산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정이지만, 월 중순이 다 되어서야 지난달의 실적을 보고받는 입장에서는 왜 자료가 매월 초에 나오지 않는지 답답할 것이다.
여기까지 하면 월말까지 남은 열흘 정도는 스무스하게 넘길 수 있다. 업무의 대부분이 월초부터 20일경까지 몰려있다. 다만, 이건 월결산에 대한 내용일 뿐이다.
6. 분기마다 부가가치세 신고 및 납부(25일)
부가가치세 신고는 쉽다. 하지만 매출원이 다각화되어있는 경우 부가가치세 신고서가 지저분해진다. 매출구조가 단순할수록 쉽지만 끝없이 복잡해질 수 있는 부가가치세 신고. 보통 20일 정도에 시작해서 25일 전까지는 끝낸다. 부속서류로 제출해야 하는 대손세액공제신청서 작성과 함께, 판결문과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 등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해외 매출이 있었다면 해당 과세기간의 인보이스와, 돈이 들어왔다는 외화매입증명서를 은행으로부터 발급받아 부속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무 기능 및 주거래은행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25일이 되기 전부터 준비해야 기한 내에 안전하게 끝낼 수 있다. 분기별로 연 4회 수행한다.
7. 각종 신고
연 2회에서 연 1회 신고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연말정산 신고, 상반기/하반기 근로소득간이지급명세서 제출, 4대 보험 보수총액 신고, 사업소득 및 기타소득 신고 등. 이건 정말 중요한 일정인데 1년에 몇 번 없는 일정이라 깜빡했다가는 가산세를 때려 맞게 된다.
8. 분기, 기말 결산과 결산조정
비상장사이지만 외감법인인 경우에는 연 1회 기말감사를 받고, 상장사는 반기와 기말에 감사를 받는다. 상장사는 감사를 받지 않는 분기에도 사업보고서 제출 공시 의무가 있어서 분기결산을 진행해야 한다.
분기 결산이나 연결산은 어떻게 진행할까? 재무팀 회계팀 구직자 또는 신입은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를텐데, 결산조정을 하는 과정이다. 중급회계와 고급회계의 실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보통 결산 리딩은 연차가 있는 사람이 담당한다.
9. 정산표 작업과 주석 작성, 감사인 대응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는 다트에 공시하는데, 다트편집기를 이용해서 다트에 제출해야 한다. 다트편집기로 재무제표 작성과 주석 작성을 마치면 작성된 자료들을 감사인들이 필드에 나왔을 때 전달하고, 물어보는 것에 답변하며 감사인 대응을 한다.
다트편집기 화면
10. 공시(상장사의 경우)
IR 담당자가 없으면 우리사주나 임원소유주식, 전환권 행사 같은 것의 공시업무를 재무팀에서 직접 진행한다. kind 시스템이나 다트편집기 등을 이용한다. 공시사항을 놓치지 않게 잘 챙겨야 한다.
재무팀에서 소화해야 하는 월별 일정은 다음과 같다.
정말 간략하게 정리했는데, 재무팀원들은 그나마 D열이 공란인 6월과 9월에 쉴 수 있다. 12월도 특별한 일정이 없는 편이라 쉴 수 있는데, 1월부터 3월, 4월, 5월까지 쉬기가 힘들기 때문에 가능한 12월에는 한번 쉬고 가려는 경향이 있어 재무팀원들간 휴가 일정을 잘 조율해야 한다.
나의 경우 대학에서 회계와 상법, 세법, 재무관리와 회계감사 같은 과목들을 배웠을 뿐, 사실 회사에서 재무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랐다. 취직 전 구직활동을 할 때도, 아직 신입으로 일을 할 때까지도 이런 큰 그림은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밖에 재무팀은 야근이 잦고, 정해진 일정 때문에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어렵다. 주로 타부서의 업무를 백업하는 관리팀이기 때문에 자율출퇴근제를 운영중인 회사라도 재무팀원들은 타부서가 일하는 시간에 맞추어 정시에 출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일을 잘하기 위해 회계기준과 세법 등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함은 기본이다. 경력직 채용의 경우 상기 9번까지의 업무를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사람은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첫 취업으로 재무팀을 지망하는 구직자들이나, 경력 단절이 되었다가 재취업을 재무팀으로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글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