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나는 돈이 필요했고, 이것저것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만 빼면 무난 무난했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일자리는 단연 과외일 게다. 내 입장에서는 가르치는 게 즐겁지는 않았지만, 내 가치가 극대화되는 일이었기에 나름 충실하게 임했다고 자부한다. 두 명의 학생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다.
한 명은 학교에서 수영을 하는 중학생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항상 샤워중이었고,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며 큰 목소리로 인사하곤 했다. 나와 만나는 내내 컴퓨터 게임 이야기를 했다. 가끔은 부모님 몰래 PC방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성적은 좋은 편이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른 한 명은 방에 조립되지 않은 레고박스가 많은 고등학생이었다. 지금이야 키덜트가 하나의 트렌드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만나는 시간이 좀 심심하긴 했다. 이 친구도 성적은 좋은 편이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재래시장의 도매상에서도 일했다. 대부분의 20대는 새벽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지하철 첫 차를 탈 수 있었던 건, 30대 초반의 사장님 그리고 사장님의 어머니를 볼 수 있어서였다. 아침에 두 시간 남짓의 배달을 끝내고 나면, 사장님의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아침밥을 매일 먹을 수 있었다. 벌 수 있는 돈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나에게 담배를 끊으라는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하셨다. 그것만 빼면 좋은 일이었다.
더운 날씨만 빼면 내 인생은 무난 무난했다.
이렇게 번 돈은 대부분 직원 할인으로 소비했다. 월급날 하루에, 적으면 20장, 많으면 40장까지 CD를 한 번에 결재했다. 점장 입장에서는 내가 살 CD 리스트를 미리 알아뒀으면, 그 가격만큼 빼고 월급을 주는 게 편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마치고 일찍 가네? 맨날 침 질질 흘리면서 CD만 쳐다보더구먼. 이제 질렸나?
질렸으면 여기를 그만뒀겠죠.
담배연기를 내뿜은 뒤 말했다.
갈 곳이 생겨서요.
그 해 늦여름, 나는 일을 하나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