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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치의 장지혜 Nov 30. 2022

[2편] 스물네 걸음의 교정 여행

스물네 걸음의 교정 여행

교정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대게 진단에서부터 시작해서 브라켓 포지셔닝과 각종 기구 등과 같은 세세한 것들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 방대한 양을 학습하고 나면 각각은 이해가 되는데 전체를 연결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말하자면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순서를 조금 바꿔서 다뤄보려고 한다. 큰 틀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작은 사항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이야기를 전개해 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사전식 나열과는 달리 다뤄지지 않게 되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지만 그런 세세한 사항들은 각자 찾아볼 수 있을 테니 열외로 하고 먼저 상황을 설정해 보고자 한다. 


화창한 어느 날, 그리 화창하지 않은 마음으로 한 환자의 구강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고는 있지만 막상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니 시간만 가고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러다 뒤쪽에서 교수님이나 대표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네, 아까부터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나.”

그럴 때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큰 틀을 보면 좋다. 큰 틀 안에서 현재의 포지션을 파악하고 내가 갈 방향을 설정하면 그것이 나침반이 된다. 나침반이 필요한 이유는 치아의 이동은 분명 움직임이 있으니 동적이지만 역학은 정역학을 따라야 하므로 이것부터가 아이러니이다. 마치 굉장히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어떤 사물을 안 그래도 천천히 움직이는데 거기다가 시간을 또 멈춰 놓고 들여다보고 있는 것과 같다. 그 한 프레임을 액자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단서를 찾아서 현재를 파악하고 움직여야 할 방향을 예측하는 추리를 시작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빨리 감기를 하며 어느 정도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 슬로모션의 속도는 6-7미리 정도를 대략 2년에 걸쳐 가는 속도이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을 향해 한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는 것이다. 굼벵이가 따로 없다. 매달 내원하고 대략 2년에 걸쳐 교정을 끝내려면 성큼성큼 걷는 걸음으로 약 스물네 걸음쯤이다. 환자와 스물네 걸음의 동행을 시작하는 여정이다. 당연히 이 스물네 걸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현재 상태와 상황에 따라 당연히 달라지는 것이지만 계획을 세우려면 일단 기준이 있는 것이 좋으니 스물네 걸음으로 해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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