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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치의 장지혜 Dec 26. 2022

지구별은 시험의 일부

애먼소리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행복은 지구 밖 저 멀리 있는 것 같다는 유치한 말을 내뱉는다. 유치한 말은 가감이 없는 투정이라지. 이런 류의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좋지 않은 에너지까지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애써 피하려고만 했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이런 유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정작 나 자신같은 사람인 것이다. 피하고 싶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저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서 였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잘 알고 있다. 이런 마음이 들때는 입도 다물어야 하고 글도 써서는 안된다. 나중에 다시 보게 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결심은 나중의 나를 위한 결심이다. 그때를 생각해서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무슨 수로 이 부정적인 감정을 삼켜야 하나. 삼키는 순간은 해결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피부를 도려내고 그 안에 검은 감정을 묻어두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커다른 흉이 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는 그렇게 하고싶지 않다.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생각한다면 나는 지금 무언가를 뱉어내야 한다. 뇌 속을 가득 채우는 호르몬의 불균형도, 시야를 자꾸가리려는 축축한 안개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학적인 생각도 모두 뱉어내야한다. 그래야 내가 산다. 

침묵은 금이니 소리를 내지 않고 울기로 한다. 그런데 이 손가락은 암호처럼 하얀 화면에 꼼지락 글씨를 남긴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겠거니 하면서 후에 감당안될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쏟아낸느 것은 현재의 나에게는 유익한 것이니 일단은 쏟아내자. 

독자들을 생각해서는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명쾌하게 써 내려가는 글이 독자를 생각하는 글이다. 그 사실 때문에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이 순간을 넘기려면 어쩔 수 없다. 나 자신을 독자로 여기기로 한다. 

후에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지구별은 그저 시험의 일부라고 그 시험을 잘 넘겼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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