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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치의 장지혜 Nov 17. 2022

가슴에 품은 양동이

내향치의

가슴에 하나씩 양동이를 품고 산다.

그곳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받기도 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뜨거운 눈물을 담기도 한다.

참을 인이라는 글자를 고이고이 담기도 한다. 그 글자는 양동이에 들어가는 순간 부피가 있는 액체가 되어 찰랑거린다.

녹이 슨 양동이는 이리저리 흠집이 나있다.

어릴 적부터 행복해지고 싶다고 기도하면서 수만 번 내려친 탓이다.

찰랑거리는 액체가 넘치지 않도록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넘어가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닐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가슴이 답답한가 보다. 숨길이 눌려서 그런가 심호흡을 하며 나의 녹슨 양동이를 잘 달래 보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양동이 안을 들여다보니 정말 까마득하다. 나의 일생의 눈물을 모아놓았으니 양도 상당하다.

찰랑찰랑 거리는 수면을 보니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수면에 비친 나는 이리저리 일그러져 있다.

바닥에 구멍 하나쯤은 있을까. 열고 닫는 밸브 같은 게 있는 것일까.

지금 좀 위험한데 바깥으로 미리 퍼 나르는 게 좋을까.

어떻게 하는지 좋을지 알 수 없어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다.

검색창에 이리저리 검색해보는 실속 없는 글자들.

답을 주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

그리고 좌우로 나부끼며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나는 그렇게 양동이가 쏟아지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양팔로 나의 양동이를 안아 들었다.

찰랑거리는 수면 아래로 얼굴을 담가보았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눈을 게 떠 보았다.

작은 바닷속 우주 같은 세상이 보였다.

나의 눈물이 만들어낸 세상인가. 문득 그곳 세상의 생태계가 궁금해졌다.

조금씩 그렇게 나를 객관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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