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걸음의 교정여행
낡은 세탁기를 새 세탁기로 교체 설치하는 날이었다.
"이 위치가 괜찮은지 봐주세요."
삐뚤게 놓인 세탁기가 거슬려서 자리를 조금 이동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아저씨는 알겠다며 세탁기 아랫쪽에 무언가를 끼워 놓더니 바람을 슉슉 불어 넣는 것이었다.
그러자 세탁기가 들리면서 다리쪽에 손을 넣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렇게 안하면 무거워서 작업이 안되요."
말씀하시면서 능숙하게 바닥의 고무패팅 같은걸 옮기고 새로 붙이고 하면서 작업을 마쳤다.
타켓 부위를 작업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높이를 살짝 올리는 작업이 마치 바이트를 올리는 것과 비슷했다.
교정에서 바이트를 올리는 경우는 상악 전치 치아가 하악 브라켓이 닿는 경우, 너무 깊게 물리는 딥바이트인 경우, 오버젯이 부족한데 상악의 스페이스가 아직 많이 남은 경우 등이 있다.
바이트는 전치부 보다는 6번 치아에 주로 올리는데 그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바이트를 올리게 되면 당연히 교합은 이전 교합과 많이 달라지게 되고 구치부가 모두 뜨게 되면 씹을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바이트는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최소의 높이로 올리고 재료 또한 쉽게 닳는 무른 재료로 식별이 용이한 파란색으로 아주 편평한 형태로 올린다.
이전 교합을 기억할 수 없게끔, 필요시 잘 미끄러지게끔 형태를 다듬는다.
바이트를 올리게 되면 오버바이트가 얕아짐과 동시에 오버젯이 생기게 된다. 턱이 수직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회전을 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이 오버젯을 이용해서 상악의 마저 닫지 못한 스페이스를 닫게 된다.
그와 동시에 구치부는 바이트를 올린 치아 이외의 치아가 서로 맞닿도록 해준다.
(치아가 다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는데 바로 옆치아 끼리 닿게 하는게 가능한가요?)
일단 이를 위해 MBT 022 slot 에 16x22 SS와이어를 삽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격이 생긴다.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움직인다.
나이타이 단계에서 케이스따라 19x25까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SS에서는 다시 16x22를 넣어준다.
바이트가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전치부 쪽의 문제를 엘라스틱을 이용하여 해결해 준다.
그러면서 구치부의 바이트가 올려져 있지 않은 치아를 서로 맞닿게 해준다. 이들이 맞닿게 되면 비로소 바이트를 없애줌과 동시에 이 치아들도 서로 맞닿게 해주는 것이다.
구치부 오버젯이 클 경우에는 오버젯이 작아지는 방향으로 버튼을 이용해 엘라스텍을 걸어준다.
바이트는 소임을 다한 후 사라지는 임시재료이다. 주변 치아가 대합되는지를 체크하면서 제거할 시기를 유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