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온전히 느끼는 봄이 오길
♧ 평범했던 때의 봄
3월이다
봄기운이 느껴진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오고 있기에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겨울옷을 정리하고 봄맞이 청소를 한다
동해를 입을까 거실에 들여뒀던 다육이들은
다시 볕이 잘 드는 제자리로, 베란다로 꺼내둔다
유튜브 재생 목록은
봄을 맞이하는 싱그러운 노래들로 가득 찬다
이렇게 내게 봄은
설렘과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하던
희망의 계절이었다
@ 아팠던 봄
약기운이 올라온다
전날 밤 술독에 빠졌던 사람처럼,
풍랑이 거센 바다에서 통통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는 핑 돈다
음식냄새가 코끝을 건드리면 구역질이 앞섰다
입안은 염증으로 뒤덮여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없다
뭉텅이로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이제 몇 가닥만 남아 간신히 두피에 매달려있다
거울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겨울 옷을 개어 넣으며 간절히 바란다
나에게 다음의 겨울이 오고,
이 옷들을 다시 입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앞으로 옷은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며,
증명사진은 책상 위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두었다 혹시 모르니...
이렇게 내게 있어 봄은 불확실한 미래,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는 앞날을 두려워하게 된 계절이 되었다
♤ 지금의 봄
그때가 떠오른다
봄의 온도가 피부에 닿았을 뿐인데,
봄 볕이 내 눈에 닿았을 뿐인데
생생하게 그 해의 3월이 그려진다
그 기억은 이미 내 머릿속 장기기억저장소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모양이다
그리고 미세한 자극만 주어져도
재빠르게, 선명하게 회상된다
2030년의 3월
2035년의 3월
2050년의 3월은 어떨까?
그때쯤이면 아팠던 봄은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새롭게 만든 좋은 기억들로 채워져 있기를
또 다시, 봄을 온전히 느끼는 봄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