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밥이 최고야
나는 최적의 상황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내게 있어 '최적'이란
불편한 상대 없이, 오롯이 혼자일 때이다
그래서 직장을 구하기 전에는 늘 혼자 밥을 먹었다. 장기간 혼밥 하다 보니 그 생활에 적응했고 불편하거나 부끄럽기보다 오히려 편안한 시간이었다
( 메뉴는 내가 먹고 싶은 것으로
식사 시간은 내가 배고플 때로 )
그런데 출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12시가 되면 모두가 다 같이 식당으로 향했고
가는 길부터 음식이 나오기까지
또 밥을 먹는 중에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도
타인과 함께해야 했고
대화는 적당히 무난하게 이어져야 했다
그래서 말수가 적은 내게
점심시간은 쉬는 타임 이라기보다
업무 할 때보다 더 에너지를 뺏기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나 사람들 속도에 맞춰가며
빠르게 식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속도가 느린 날 배려해 준다고
다들 기다려줬지만
다수의 사람이 내 식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이후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수저를 내려놓기 시작하면
나도 마침 식사를 다 끝낸 것처럼
자연스레 수저를 놓곤 했다
이런 식이다 보니 평일 점심식사는 늘
의도치 않게 소식을 하게 됐고,
식사직후의 허기짐은 나를 군것질로 이끌었다
그러나 투병을 하면서부터는 꽤 많이 나아졌다
식단조절을 핑계 삼아
도시락을 챙겨 다니기 시작했고
혼자만의 편안한 공간을 찾다 보니
차에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의 질이 높아졌다
불편요소는 싹 사라지고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60분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고
타인의 존재가 없는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다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까지 세팅되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여름엔 덥고 겨울엔 발 시리도록 춥다
차 내부가 넓지 않아 편안한 자세도 아니고
식사 후에는 반찬냄새가 차에 배이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분명 궁상 맞고 안쓰러워 보일 테다
그렇지만 극내향인인 나에게 혼자 하는 차밥은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고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에서의 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