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

이혼협의서에 남겨진 마지막 연결고리

by 애이


진단 직후, 남편 회사에서 중증환자 가족 지원금 50만원이 나왔다

그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했지만
치료비라는 목적은 머릿속에 없었다

언젠가부터 그 사람은
'네가 아픈 거니 치료비는 네가, 그리고 너를 낳은 너희 부모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 번도 본인이 나서 부담한 적이 없었고
그의 카드로 결제한 적은 있지만
그마저도 몇 시간 후 이체해 주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걸까
내게 보내온 이혼 협의서에는
그가 정한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
1,500만원을 주겠다고 적혀 있었다

돈을 주지 않으면
내가 이혼을 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건지,
그 돈을 줘서라도 본인 마을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요구한 적 없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다만 그 돈을 당장 주는 건 아니었다
당시 그에게 현금이 없었기 때문에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매도하는 시점에
해당 금액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의 나는 아직 그와의 인연을
완전히 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1,500만원이라는 숫자가 마치 우리 사이를 붙잡아 두는 가느다란 실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실을 쥐고 있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정말 현금이 생기면 내게 돈을 줄까
아니면 그저 한때의 남아 있던 감정으로
작성한 거라 여기진 않을까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협의서 작성 당시 가졌을 나에 대한 마음과 기억은 희미해졌을 텐데.. 그렇다면 1,500만원이 얼마나 주기 아까운 돈일까.



이미 남이 되어버린 관계의 한쪽 끝에서
그는 이미 놓아버렸을지도 모를

그 얇은 실을
나는 아직 손에서 놓지 못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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