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은 게 정말 맞아?
태생적으로 내성적인 나는
누군가에게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며 살아왔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는 일이 익숙했고,
몇몇 신경 쓰이는 일들로 일상이 탁해지던 때에도 그저 마음속 부유물들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쪽을 택해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들은 그냥, 그렇게 지나 보내곤 했다
하지만 지난 일련의 사건들은
그렇게 넘길 수 있는 정도의 일이 아니었나 보다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암을 진단받았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혼을 하게 되는 건
혼자 감당하기에 벅찼다
그럼에도 늘 그래왔듯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가족에게 털어놓으면 나보다 더 마음 아파할 것 같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이건 비밀이야, 너만 알아야 해.”라고 말하는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될 걸 알기에
친구에게 말하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머리와 마음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지만
털어놓을 곳은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늘 하던 대로
감정을 눌러두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던 걸까
그저 묻어 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몇 달이 지나면 가벼워질 거라 여겼던 마음은
오히려 더 엉켜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시간을 지내며, 원래도 내성적이던 나는 점점 더 사람을 피하게 되었고
혼자 있지 않으면 일상이 불편해질 정도로
고립과 회피의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가 부담스러웠고,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온 친구의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마음이 꼬인 사람이 되어갔다
그렇게 피하고, 잠수 타길 반복하다 보니
몇 안 되던 친구들과도 멀어져 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당장 연락 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을 빼면 몇이나 될까
휴대폰을 열어 연락처를 살펴봤더니
가족, 친척, 동료, 아파트관리실과 보험 설계사를 제외하고 나니 다섯 개가 남았다
다섯
그중 세 명은 이미 연락이 끊겼고,
한 명은 결혼을 앞두고 먼저 연락이 왔지만
만난 지는 2년이 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이 지금 내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한 사람이었다.
(이 친구와도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만나지 않지만 말이다)
넓고 얕은 인간관계보다
좁고 깊은 관계가 더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한 명은 너무 적은 건 아닌지
인간관계 필요 없다고, 혼자가 편하다고
스스로에게 암시하는 것이
어쩌면 나를 속이기 위함은 아닌지,
요즘 들어 자주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