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부족했음을 받아들이다
안녕하세요, 애이입니다
이 글은 암진단부터 이혼,
그리고 헤어짐 후에도 이어졌던 관계에 대한 기록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아주 평범하다고 믿었던 제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암환자가 되었고,
또 이혼녀가 되었습니다
마치 피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교통사고처럼
삶은 한순간에 방향을 바꾸었어요
그 시간을 지나오며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고,
곳곳에 남은 상처들을 여전히 회복 중에 있습니다
당시의 저는 미련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로라도 남고 싶다는 이유로 감정을 묻었고,
분노를 품고 사는 것보다는 추억을 붙잡고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었고,
화를 내야 할 순간들에도 울면서 붙잡기만 했던 사람이 그때의 저였죠
전남편의 생일날 기프티콘을 보낼 정도였으니,
당시 저의 미련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죠
그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었다고 느끼는 건,
“나중에 너희 부모님이 안 계시게 되면
그땐 내가 네 보호자 해줄게”
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는 겁니다
아픈 아내의 남편이라는 자리도
부담스러워하던 사람이
남이 된 뒤 저를 챙겨주겠다는 말
언제가 될지 모를 그 달콤한 말에
안도감을 느꼈던 제가
지금에 와서는 참 바보 같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좋게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에
제 속마음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후회가 남습니다
그는 본인이 제게 어떤 말을 했는지
잊고 지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행동해도 떠나지 못하던 저를 보며
만만함을 느끼진 않았을지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지금에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네요
그리고 이성적으로 그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되면서 또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우리는 죽고 못 사는,
사랑이 넘치는 관계는 아니었다는 것.
아프지만, 그게 사실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제게 했던 말들도,
제가 가장 힘들 때 그가 떠났던 순간도
결국은 사랑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과거의 여러 상황들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할 만큼 마음이 넓은 사람도 아니고,
이미 지난 일이라며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일과 그때의 감정 역시
덮어둔다고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며 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이를 계기로 더 이상 그 사람과의 기억을 붙잡으며 살지는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곰팡이가 쓴 제 마음속 벽지를 모두 뜯어내고,
바람이 통하게 하고 햇빛을 들여
천천히 치유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저는 과거에 머무르기보다
지금부터의 제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