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남자와 한국 여행: 부산편
이 여행의 호텔비를 남편이 댔기에 식비나 쇼핑은 내가 결제했다. 즉 여행을 다니면서는 내 카드만 쓰는 모양새였다.
아침에 비몽사몽 눈을 뜨고 있었는데 남편이 핸드폰으로 밈을 보여줬다. "여행 중 돈을 물 쓰듯 쓰는 사람"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는데 나에게 “You"라며 웃는다.
그는 장난이었지만 기분이 퍽 상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쇼핑을 했나, 각자 재킷 산거랑 식비 밖에는 없는데... 데이트비용을 써도 뭐라고 하네.
알겠다고 하고 일어나려하자 위기를 감지한 모양이다. 애교를 피우며 나를 안아보려 애썼다. 그러면 뭘해, 내 기분은 이미 강을 건넜는걸. 기어코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자 그가 다시 다가와 한국어로 하는 말.
"어려워. 어려워..."
남편은 영어로 말할 때는 그렇게 어른일 수가 없는데 한국어를 하면 순식간에 남학생이 된다. 그러면 나는 어쩐지 측은해지면서 "내가 뭐라고 이 남자가 눈치를 보게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어눌한 한국어는 내 입장에선 그야말로 무기이다. 그가 알고 쓰는지 모르고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에 기분이 풀어진 나는 그를 데리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이번엔 그가 냈다. 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