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 남자가 웬일로 받아먹기만 하지

싱가포르 남자와 한국 여행: 포항편


내 글에서는 남편의 귀여움이 부각되지만 실상 더 어른스러운 것은 그이다. 보통은 남편이 리드를 하고 나를 챙긴다. 예를 들어, 고기가 나오면 먼저 썰어서 내 접시에 올려준다든지.


한국 여행에서만큼은 나의 참여율이 올라가 그나마 50대 50이 되는데, 우리가 포항에서 너무나 사랑한 그 카페도 내가 찾았던 것 같다.


포항 카페 "오브레멘"


우리가 그 카페를 얼마나 사랑했냐면, 포항에 머문 3일 내내 같은 장소에 갔다. 나중에는 직원분이, 어제도 오신 분들 아닌가요? 했다. 맞다, 우리는 어제도 오신 분들이다.


우리는 이 카페의 빵을 너무 좋아해서 커피와 함께 주문한 뒤 2층으로 올라가서 먹었다. 보통은 그가 빵을 잘라서 내 입에 넣어줄 텐데, 어느 날은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내가 잘라서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런데 웬걸, 보통 같았으면 빵칼을 뺏어서 본인이 잘라 내 입에 넣어줬을만한 사람이, 그날 만큼은 쏙쏙 잘 받아먹는 게 아닌가.


예의 그 빵들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서 웃었다.


남편뿐 아니라 시댁 식구들을 보면서 느낀 건, 이 집안의 애정 표현은 독특하다. 맛있는 반찬을 내 그릇에 올려주는게 그들의 표현 방식이다.


처음에는 내가 외국인이라 맛있는 반찬을 골라주시는 건줄 알았는데, 한식당에서도 그러시는 걸 보고 그게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한식은 내가 더 전문일테니까.ㅋㅋㅋ


12월의 포항, 이번엔 그가 빵을 받아먹는 걸 보면서 "아 지금은 이 사람이 애정을 느끼고 싶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가 핸드폰 게임 속 적들을 일망타진하는 동안, 알차게 빵을 먹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