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남자와 한국 여행: 포항편
수달은 나와 남편에게 특별한 동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는 두 개의 수달 가족이 살고 있다. 때때로 그들을 마주치는 것은 내 일상 속 큰 기쁨이다. 그것을 아는 남편이 수달 인형을 사주었다. 30살 넘은 여자가 말하기 창피한 일이지만, 출장을 갈 때 그 인형을 들고 가곤 한다.
우리가 포항 과메기문화관을 갔을 때, 다소 뜬금없지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수달도 과메기를 좋아하지 않으려나? 그런 상상에서 나온 소설 도입을 번외로 올려보았다.
준영은 포항 구룡포의 골목을 경쾌하게 걸었다.
과메기문화관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지만 딱히 일찍 도착해야할 이유는 없었다. 소품샵도 들러보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어영부영 올라가는 모양새였다.
카페를 나와 조금씩 걸어가는데, 어느 한 골목, 그 골목 안에만 안개가 피어있었다. 저긴 왜 저렇게 안개가 많은 거야? 누군가가 불을 피우고 있나? 그러나 이상하게도 불을 피우는 냄새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과메기의 냄새와 강의 내음이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의 내음이라니, 쌩뚱 맞기도 하지. 바다 향기라면 모를까. 이 상황이 공포영화였다면 준영은 그 골목으로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죽음 플래그니까.
그러나 준영은 무언가에 끌려 그 골목으로 들어섰다. 안개를 서서히 헤치고 조금씩 발을 내딛자, 세 개의 형체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수달 세 마리였다. 준영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물가도 아닌데, 어떻게 된거지? 그보다, 왜 뭔가를 입고 있는거야?
그도 그럴 것이, 세 마리의 수달은 장화를 신고 있었고, 마치 도적들이 두르는 것 같은 복면을 눈에 두르고 있었다.
"해, 해달?!"
동물을 좋아하지만 애호가까진 아니었던 준영은 해달인지 수달인지를 향해 소리쳤다.
"삐익!"
놀란 수달 세 마리와 눈이 마주친 준영. 그들 사이의 정적. 대략 10초가 흐른 뒤 수달들은 그들끼리 눈빛 교환을 했다. 준영이 위협과는 거리가 먼 청년이라는 것을 느낀 모양이다. 그 중 가장 조그맣고 어딘가 새침해보이는 수달이 입을 열더니...
"해달 같이 어버버한 녀석들과 헷갈리다니? 우린 강수달이야, 이 모자른 녀석아!”
라며 소리쳤다.
“해...아니 수달이 말을 한다고?!”
"그래. 어차피 니가 떠벌려봤자 다른 인간들은 믿지 않을테니 그냥 말해주지. 우린 대수달 과메기 도적단이야."
"과메기를 훔친다고? 그런 짓은 하면 안돼, 아무리 수달이라지만."
이 믿지 못할 상황에 놀라움보다도 양심이 먼저 작동하다니, 준영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우스웠지만 우선 떠오르는 대로 말을 뱉었다. 생각이란 걸 해가며 말을 할 정신이 없었다.
"이게 우릴 좀도둑 취급하네? 못 들었어? 우린 그런 시시한 게 아니라 대.수.달. 과메기 도적단이라고."
"애시당초 과메기를 왜 훔치는거야? 맛있어서?"
"그것이...과메기이니까."
갑자기 나온 인터넷 밈과 같은 대화에 준영은 드디어 웃음이 터졌다.
"그거 인터넷 밈 아니야?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건데?"
그러자 중간 정도 크기의 수달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설마 인간만 인터넷을 쓸 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그야... 너희는 휴대폰 개통을 못하잖아? 어디서 휴대폰을 얻는건데?"
"그것이...도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