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는 저 세상으로
예전부터 나에게는 오랜 숙원이 있었으니, 바로 영어 원서 읽기다. 이유는,
1. 영어 공부. 끝나는 않는 숙제.
2.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너무 많다. 영어 읽기만 가능하다면 새로운 재미가 열릴 것 같다.
3. 그냥 멋있으니까
그러나 모르는 단어를 전부 찾은 뒤 외워야 할 것 같은, 한국인의 고질병 "완벽주의" 때문에 꾸준하게 읽어 본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우리가 누구인가. 수학의 정석에서 제1장에만 빠삭한 "집합의 민족"이 아니던가.
첫번째 페이지부터 모르는 단어를 볼 때마다 찾아가며 읽어보려고 했지만 그러다보니 진도가 나가질 않아 금세 지겨워졌다.
그러다 모종의 이유로 깨달은 게 있으니, 바로 "대충 하면 진도가 나가진다". 그렇게 완벽주의는 저세상으로 보내고, 영어책에 재미 붙이기에 돌입했다.
영어책을 대충 읽기 위해 내가 요즘 시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인생을 살 때는 Dream big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재미를 붙일 때는 다르지!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면 금방 지겨워질 수 밖에 없다.
나의 목표는 한 권에 영단어를 단 하나만 배워가는 것.
그게 인상적인 장면에 나온 단어라든지, 책의 전체 테마와 연관된 단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기억에 오래 남을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 <대부>는 마리오푸조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배운 단어는 Vengeance (복수). 마피아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는 단어! 확실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용을 알기에 쉽게 쉽게 읽히기 때문! 원래는 생판 모르는 내용도 영어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는데, 내려놓기로 하였다.
경험상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는데 세세하게까지는 기억나지 않는 콘텐츠가 가장 좋다. 너무 자세히 기억이 날 경우에는 책을 읽는 것이 상당히 지겹다 (사실 소설 <대부>가 내게 그렇다.).
내 나이대의 누구나 그렇듯 매년 영화 /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며 자랐다. 그런데 꽤 재밌게 보았던 6편의 이야기가 기억이 안 나는 것이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 번역본을 구하기 어려워 겸사겸사 영문본을 샀다. 모르는 단어가 많지만 세계관은 이해하고 있기에,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며 재미있게 읽고 있다.
최근 영화 각본을 읽는 것에 매력을 느꼈기에, 이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각본을 구해 읽을 예정이다.
이외 다른 방법으로 "재밌게 읽은 소설의 영문판을 찾아보기" 정도가 있을 수 있겠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영문판을 시도해봤었는데, 그게 쉽지는 않았다 (작가님 미안합니다ㅠㅠ 어려웠지만, 재밌다는 말은 진심이예요.).
그러나 소설의 복잡도, 문장의 구성, 번역가의 스타일에 따라 난이도가 다를 수 있다. 한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마시길!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미, 큰 재미와 작은 배움을 위해 영어책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