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앞에서 울다
직장 생활 8년차. 내가 봤을 때 직장인 번아웃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업무 환경, 업무량 등이 원인인 경우. (예: 상사가 힘들게 하거나, 야근이 너무 많다든지)
2. 주어진 환경은 괜찮은데 내가 내 욕심에 짓눌릴 경우 (예: 다른 동료들만큼 유능하지 못해서 자괴감이 듦)
나와 같은 내향인들이 2번 상황을 겪게 되면 더더욱 괴롭다. 안 그래도 문제의 원인을 나 자신에서 찾는 내향인들은, 누가봐도 환경이 괜찮은 편인데 번아웃을 겪고 있다면 더더욱 자기효능감이 떨어진다.
내가 힘들 자격이 있나?
남들이 보기엔 좋은 환경인데, 나는 왜 힘든거지?
나약한건가?"
라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 것이다.
내향적인 세일즈인이 된지 10개월차, 오늘은 재택을 하다 모니터 앞에서 울었다. 열심히는 하는데 동료들보다 많이 뒤쳐진 것 같다. 크흡, 크흡... (썩 예쁘게 울지는 못하는 모양새) 혼자서 눈물을 흘리자 옆에 있던 남편이 무슨 일이냐며 걱정한다.
나 - "일을 못 하겠어. 그냥 못 하겠어."
남편 (파워 외향적 싱가포르인,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가며) - "Aigo~ 여보, 무슨 걱정이야? 좋은 직장에 다니고, 동료들도 상사도 자기 편인데. 그리고 나도 여보를 지지한다구~ 내가 오늘 아침에 빨래도 하고 빵도 사다 주려고 나갔다 오고...(줄줄이 이어짐)"
그 마음이 고맙긴 했지만 사실은 오히려 기분이 더 다운되었다. 그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좋은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힘드니까. 징징대는 징징이가 된 것이다.
나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건대, 번아웃 유형 1번은 이직 밖에 답이 없다. 외부 환경이 힘들다면 다른 환경으로 가는 수밖에.
2번에 대한 회복 방법은 아직 모르겠는데, 우선은 "내가 힘들 자격이 있나"를 챗 지피티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
"그래 나는 힘들 자격이 있지"라는 결론을 내려서는 아니고, 그것을 곱씹는 것이 회복에 별로 효과가 없다.
우리 내향인들은 그것보다는 "남탓 하기"를 훈련해야 하는 것 같다. 남탓이란게 본래는 썩 좋은 것이 아니지만 문제의 원인을 자신으로 돌리는 내향인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밸런스도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에는 밝힐 수 없는 누군가를 탓해보았다. 물론 속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