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유의어, 호캉스

제 사전에서는 그렇습니다.


저에게 [바다]란 단순히 파란 물이 있는 장소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아버지와 스노쿨링하던 추억, 맨발로 모레를 밟았을 때의 까슬함, 해변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의 고요함 같은 것들이 섞여 있지요. 제가 만약 사전을 쓴다면, [바다]는 이렇게 쓸거예요.


[바다] 온전한 휴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 다양한 요소의 복합. 아래의 것들을 포함한다.

1. 속초에서 일출을 볼 때의 뿌듯함

2. 통영 수산 시장의 비린내

3. 강릉 카페에서 먹은 커피빵의 고소함

4. 발리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여유로움

5. 괌에서 함께 수영한 바다거북들

6. <유의어> 호캉스



왜 하필 유의어가 호캉스냐고요?

그건 제 휴가 대부분이 ‘해변 호텔에 머무르며 잠시만 밖에 나가는 호캉스’였기 때문이에요.


싱가포르에서도 해변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깜짝 선물로 도심의 호텔을 예약해버렸더라구요. 그래서 지난주엔


바다가 없는 호캉스도 나에게 쉼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안고, 남편과 호캉스를 떠나보았습니다.



호캉스니까 평소 안 먹는 고칼로리도 좀 먹고요



제가 호캉스에서 보통 하는 일은 "바다 바라보기"예요. 이번에는 바다는 없지만 어쨌건 호텔 17층 라운지로 올라가 도시 전경을 바라보았는데요.


조금... 실망하기는 했습니다. 기왕 돈 쓰는 거, 바다가 보이는 호텔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호텔에서 보인 풍경. 유리창도 노랗고요....



어찌되었든 쉬러 왔으니,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았습니다. 몇 분 뒤 불현듯 깨달은 것, 나무가 참 많았습니다. 더운 지역의 푸르른 나무들이요.


문명의 이기를 맘껏 활용하는 도시에 살면서도 초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입니다.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로 <정원 속의 도시 city in a garden> 가 되었는데요. 예쁜 바다가 없다고 불평하던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죠.


개인적인 취향으로 파란 바다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또다른 푸른 색에 감사하면서 시간을 보내봤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치유가 되는 시간이었네요.



p.s. 제가 묵었던 호텔 근처의 정원, 보타닉 가든도 소개해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