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마흔두 번째 주인공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김민지입니다. 굉장히 흔한 이름이지만 하나뿐인 존재로서 살아가길 꿈꾸는 사람입니다.
Q. 현재 하고 계신 일은 있으실까요?
A. 브랜딩 일을 하다가 며칠 전에 퇴사를 했어요. 앞으로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지냈던,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 보려 합니다.
Q. 좋습니다. 사진작가랑 직장인이라고 인스타그램에 표현을 해 주셨는데, 사진작가랑 직장인 중에 어느 쪽에 좀 더 집중을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어떤 쪽을 더 원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A. 인생을 살아가면서 명예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은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죠. 근 3년간 회사원으로서의 삶에 몰두했다면 앞으로는 사진 일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저는 원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현대 기술로서의 사진의 역할에도 관심이 아주 많고요. 이따금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는 걸 걱정하는 시선을 마주치기도 해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거친 세상 속에 그나마 웃음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그러면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제 꿈은 늘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이었어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패션 디자이너, 방송 PD를 꿈꾸기도 했죠. 고등학생이 되고 떠난 첫 가족 여행에서 우연히 꽃 위에 앉은 벌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군대 간 친척 오빠가 남긴 카메라로 그 장면을 촬영했어요. 그때는 그게 그렇게 가슴 꽉 차게 행복하고 기뻤던 거 있죠.(웃음) 그게 제가 처음 사진이 가진 순간성의 힘을 느꼈던 순간이네요. 당연히 셔터스피드, 시간의 속성 이런 어려운 용어도 카메라 조작법도 제대로 몰랐던 시절입니다. (웃음)
Q. 그러면 본인에게 사진이란 어떤 거예요?
A. 이름과 같은 선상에 놓아질 정도로 나에게 정체성이 큰 매체인 것 같아요. 놓으라고 해도 놓을 수 없고 계속 가져가고 싶은.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자 어떤 면에서는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을까요?
A. 스무살 초반부터 ‘흰머리’를 주제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작업의 제목은 'As It Is’입니다. 흰머리가 노화로 인한 병적인 요소가 아닌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했던 작업이에요. (이 작업을 시작했을 당시, 코로나 이전이라 새치 염색에 대한 시선이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시기였습니다.) 작업을 통해 인연을 맺은 분 중 정말 사이가 좋은 노부부가 계셨어요. 제가 찍은 사진을 인화해 우편으로 보내드렸고, 약 1년쯤 뒤 그분의 따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곧 임종을 앞두고 계신데, 제가 촬영한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사용하고 싶다며 원본 파일을 받을 수 있을지 물으셨어요.
장례식장을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누른 셔터가 누군가의 삶에서 이렇게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순간의 감정은 감동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고, 어떤 형용사로 표현해야 할지 쉽게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깊고 묵직했습니다.
PS. 이 자리를 빌려, 치과로 가던 길에 우연히 만났던 대학생이었던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기꺼이 피사체가 되어주신 사진숙 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Q. 장기적이나 아니면 단기적으로 생각하시는 계획이 있으실까요?
A. 일단 잠시 외국에 다녀오려고 해요.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에서 살아보는 일이거든요. 이번 경험이 제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의 여행 성공 기준이 있는데요. 숙소 주변을 핸드폰 없이 슬리퍼를 신고 거닐며 자유롭게 누비고 다닐 때, 저는 그곳에 비로소 조금은 녹아들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지도를 잘 못보는 편이라 길을 외우기 전까지는 늘 긴장하고 다니거든요. 유럽에서 편하게 동네를 걷는 여유를 부리다 돌아오고 싶어요.
Q. 거기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 너무 재밌겠어요.
A. 카메라는 계속 놓지 않으려고요. 흰머리는 인종에 따라 색깔이 또 다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색깔의 흰머리를 담아보고 싶어요. 거리 분위기가 한국 과는 어떻게 또 다를지 많이 궁금하네요.
Q. 본인이 사랑하는 것을 설명해 주신다면 두 가지 정도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첫 번째는 해가 지기 전, ‘노란 빛이 깊게 드리우는 시간’이에요. 그때는 건물도 사람도 더 예뻐보이더라고요. 가을 빛이 특히 아름다워죠.
그리고 두번째는 ‘사람’이에요. 늘 치유를 받는 대상도 상처를 받는 대상도 사람이에요. 이제는 그냥 숙명 같아요.
Q. 인생에 이렇게 굴곡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이겨내세요? 아니면 이겨내지 않으려고 하시거나 받아들이거나.
A. 이따금 나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벅차거나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시도해 보는 것은 하늘 보기예요. 돗자리를 펴고 혼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비행기도 보이고, 구름도 보이고, 별도 보이죠. 그 순간,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마치 먼지 같은 존재인지 느껴지곤 해요. 그러면 제가 하던 고민도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구나 싶어요.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의 고민은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로 축소되고, 그래서 조금 더 가볍게 품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완전히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감정은 결국 지나가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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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글, 사진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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