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의 기분 @lifeisntcool_jeju
Q. 지금의 본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세요?
A. 제가 작년 부터 ‘떡볶이의 기분’이라고 하는 가게, 자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해보는 사람’이라고 바꿨어요. 제가 시작하는 것을 잘 못해서 뭔가 시작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해보는 사람’.
그리고 조금 더 표현을 해보자면 작년 여름에 가게를 오픈하고 올해 겨울까지 한 3~4개월을 오픈하지 못 하는 약간 우울감이 심해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시기를 지나서 현재의 나는 ‘다시 해보는 사람이다.‘ 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동안은 어떤 것 때문에 쉬셨던 거예요?
A. 재작년 말까지는 회사를 다녔고, 에어비앤비 숙소를 7~8년 정도 같이 운영하고 있거든요. 저는 늘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했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인 월급이 들어오고 다른 운영도 해 보면서 두 가지 일을 균형 있게 가지고 갔었는데, 재작년 말에 회사에서 잘리게 되었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회사를 다니지 못하는, 내 생계를 좌우하는 큰 결정이 내려져 버리니까 심하게 현타가 온 거예요. 저는 굉장히 안정적인 성향이라 준비가 다 돼야 다음 스텝을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인데, 나는 아직 다음 스텝을 넘어갈 준비가 안 됐는데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 가게를 오픈하는 건 언젠가 하고 싶던 일이었어요. 사실 2년 가까이 가게만 얻어놓고 가게가 자리를 잡으면 회사 그만두고 올인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자리를 못 잡은 상태에서 회사를 못 다니게 되니까 너무 자신이 없는 거예요.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떡볶이 가게를 오픈했는데 제가 명확한 목표, 목적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희일비하게 되더라고요. 힘들게 마음을 먹고 오픈했는데 왜 사람들이 안 오지? 이런 식으로 전전긍긍하고. 처음에는 여름에 열심히 일을 했으니까 일주일 정도 쉬어야지 했는데 한 세네 달을 그냥 무기력함에서 못 빠져나왔던 것 같아요.
Q. 본인 인생의 챕터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떻게 붙여주고 싶으세요?
A. 우당탕탕. 우당탕 우당탕탕 이미림. 약간 좌충우돌, 오르락내리락 이런 식으로.
Q.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A. 제주도 온 지 이제 11년 정도 됐는데요. 맨 처음 오게 된 건 대학교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했어요. 원래 외국, 유럽 여행을 좀 가고 싶었는데 그때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아가지고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하면서 처음 제주 생활을 시작을 했어요. 졸업하면 바로 백수 되는 거잖아요. 백수 신분보다는 휴학생 신분이 좀 심적으로 안정적일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휴학을 해야지 하다가 휴학도 진짜 딱 한 학기 남기고 더 이상 안 되겠다 더는 미룰 수가 없다. 이렇게 졸업 못 한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제주도로 내려오게 됐는데 그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Q. 그러면 어떻게 그 휴학 1년 이후에 또다시 제주도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정을 하셨어요?
A.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계속 들여다보니까 1년 동안 제주도에서 지냈던 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더라고요. 육지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 건 딱히 없고, 제주도에서 지냈을 때 너무 재밌었고 나랑 잘 맞았는데 다시 제주도 가고 싶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마침 일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 언니가 가게를 오픈했었거든요. 제가 여행 겸 졸업할 때쯤 다시 제주도를 갔는데 그 주인 언니한테 얘기를 했죠. 나는 다시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 그렇게 말했더니 이제 그 언니가 지금 제일 친한 친구가 됐는데, 게스트하우스도 그렇고 책방도 그렇고 일손이 필요하니까 내려와서 매니저를 하면서 지내봐라. 이렇게 얘기를 해줘서 다시 내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많은 음식 중에서 떡볶이를 선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실까요?
A. 제가 지금 가게를 얻어놓고 한 2년 정도는 월세만 내고 공간을 그냥 비워뒀어요. 가끔씩 재밌는 거 하고 싶어질 때, 주말에 짜이를 판다거나 이런 식으로 팝업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 싶을 때, 제가 얘기했던 언니네 가족이랑 제일 가깝게 지내는데 그때 저희가 떡볶이를 좋아해서 자주 집에서 해 먹었어요.
제가 나 가게에서 뭐 하지 뭘 하면 좋을까? 이런 얘기를 하다가 그 언니 현미라 씨가 우리 동네에 떡볶이집 있으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너 떡볶이 해라! 이렇게 된 거예요. 우리 동네에 귀여운 떡볶이 가게가 있으면 동네랑도 잘 어울릴 것 같고. 동네에 떡볶이 가게가 하나도 없거든요. 사업적으로 큰돈 벌어야지 이렇게 생각했다기보다는 우리 동네와 잘 어울릴 것 같고, 나도 잘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떡볶이 가게로 했을 때 나의 자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볼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떡볶이 가게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요즘 본인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혹은 무너지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순간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제일 친한 친구인 그 책방을 운영하는 미라랑 지난달부터 운동을 같이 다니고 있어요. 혼자서 운동을 가려고 하니까 너무 꾀가 나가지고 가기가 싫은 거예요. 운동을 하면 너무 좋다는 걸 아는데 일 끝나고 오면 피곤하고 출근하기 전 아침은 너무 졸리고 이러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누구랑 함께 하면 좋겠다 생각을 했는데, 마침 미라가 꼬셔줘 가지고 퇴근하면 같이 운동도 하면서 그 시간이 요즘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무너지고 싶었던 순간은 제가 지난 겨울도 그렇고 요즘 약간 가라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조금 괜찮아진 것 같은데 작년에 가게 준비한다고 상반기 6개월을 고민만 하고 침대에 많이 누워 있었거든요. 무기력하게. 그러다 가게를 오픈하고 또 몇 개월 있다가 찬 바람이 불면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햇빛이 줄어드니까 갑자기 우울함이 확 올라오는 거예요. 갑자기 인생에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면서 작년~올해는 대부분 약간씩 멈춰 있었던 것 같아요. 멈춰 있다가 다시 일어나고, 멈춰 있다가 다시 일어나고. 그걸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최근에 스크롤을 멈추게 만든 콘텐츠 또는 브랜드 계정이 있으실까요?
A. 인스타그램에서는 생각나는 게 없고, 혹시 유튜브에 최성운의 사고실험 아세요? 그 최성운이라는 친구가 제가 게스트 하우스에서 스텝을 했을 때 같이 스텝으로 일했던 친구예요. 그 친구가 유튜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최근에 LUSH 담당자분이 오셔서 인터뷰한 영상을 봤는데 충격적으로 좋았어요.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타투가 있거나, 피어싱을 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당신을 뽑아주지 않는다면 그게 당신 다운 거니까 우리는 그런 당신들만 뽑겠다. 약간 이런 요지였거든요. 가장 너 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우리한테 너무 중요하고 특별한 거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갑자기 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수를 하더라도 털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제가 이번에 좀 가라앉은 상황에 있다가 그걸 보니까 그냥 다시 털고 일어나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인터뷰를 본 이후로는 사고실험 콘텐츠가 올라오면 바로바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실까요?
A. 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요. 요즘에 페스티벌도 많이 하니까 육지에서 공연도 보러 가고 싶고 좋은 전시 있으면 보러 가고 싶지만 죽기 전 버킷리스트 같은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Q.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건 무엇인가요?
A. 질문이 무겁게 느껴지는데 그냥 생각나는 거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 부분에서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단점은 혼자서 무언가를 잘 못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도 좀 낮고. 그래서 같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같이 할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같이 잘 살고,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은 되게 귀한 시간이고 누군가를 만난 것도 좋은 인연이고. 지금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귀한 시간이다. 이런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드는 것 같아요.
Q.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예요?
A. 자기 전에 조명 하나만 켜놓고 책을 읽다 자거든요. 핸드폰을 보다가 자면 잠이 계속 안 와서 핸드폰은 주방에다 충전을 해놓고, 갑자기 자야지 그러면 잠이 잘 안 오니까 책도 읽고.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와서 그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그때 책을 읽을 때의 본인은 어떠 모습인 것 같아요?
A. 좀 여유 있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Q.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본인이 추구하는 방식 같은 게 있으실까요?
A. 이것도 없어요. 저는 시작을 잘 못하는 편이어서 저만의 방법으로는 진짜 고민을 많이 한다.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보통 그냥 안 한다. 이게 좀 더 많은 것 같아요. 시작을 잘 못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이제 변화하지 않고 그렇잖아요. 근데 저는 좀 제가 변하고 싶은 그런 뭔가가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조금 다른 얘기긴 한데 자기를 많이 드러내지 않는데 그 사람의 결과물이나 작업물 같은 게 너무 근사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예요. 내가 이런 사람이고 이런 걸 했고 나는 멋있다. 이런 게 아니라 분위기가 멋있게 풍기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여가지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근데 제가 작가도 아니고 작업을 하지 않는데 제 작업물이 드러나기 바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 제가 인스타그램에 얼굴을 올리고 이러는 것도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한편으로는 내가 좀 조급해 보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막상 제가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를 봤을 때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올리는 걸 보면 이 사람 멋있다 이 사람 재미있다 이 사람은 그냥 이렇구나라고 생각을 하지 막 절실해 보인다 이렇게 느끼지 않거든요. 제가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은 거예요.
근데 요즘에 저는 이제 자영업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러면 이제 열심히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다른 분들의 콘텐츠를 보면서 나도 나의 이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면 나한테도 되게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기획, 인터뷰, 글 : 이유진
사진 : 이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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