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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이 자산이다

비지니스 네트워킹의 출발점

by 더웨이

진정한 글로벌 네트워킹은 명함 수집이 아니다. 명함에 적힌 화려한 직책보다 그 사람의 성품이 관계를 결정한다. 25년간 2,000여명을 만나며 깨달은 것은 성품이 곧 사람의 평판이며, 인생의 자산인 것이다.


명함을 받는 순간, 나는 그 사람의 직책과 회사명을 본다.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명함이 아니다. 그 사람이 명함을 건네는 태도, 악수할 때의 눈빛, 대화하며 보여준 진정성, 삶의 흔적을 본다.


25여 년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며 해양 건설과 해양 에너지 관련된 2,0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인종과 국적, 회사도 달랐으나, 명함에 적힌 화려한 직책과 이름보다 그 사람의 됨됨이가 더 오래 남았다.


명함은 간판이며 포장지다. 명함에는 회장, CEO, 전무, 매니져라는 직책과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름 뒤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숨어있다. 화려한 간판 아래 맛없는 식당이 있고, 소박한 간판 뒤에 진짜 맛집이 숨어있다.


금박을 입힌 포장지에 싸인 빈 상자도 있고, 신문지에 싸인 귀한 보석도 있다. 어떤 이는 회사와 직책에 맞는 사람이고, 어떤 이는 회사와 직책에 비해 부족한 한 사람 있다.


글로벌 네트워킹을 단순히 명함 수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컨퍼런스에서 명함을 많이 받으면 성공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진짜 네트워킹은 다르다. 진짜 글로벌 네트워킹은 명함 뒤에 숨은 인성과 성품을 읽는 능력이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진정성을 찾고, 행동에서 신뢰와 미래의 관계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명함의 화려함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본질을 꿰뚫는 지혜와 관련이 있다.


인성과 성품의 차이는 분명하다. 인성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나 본성이다. 급한 성격, 온화한 성격, 내성적 성격은 타고난 그릇의 모양이다. 하지만 성품은 다르다. 성품은 후천적으로 가정, 환경, 교육에 의해 형성되는 그릇에 담긴 내용물의 질이다.


성품은 평탄한 날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프로젝트가 지연될 때, 예산이 초과될 때, 계약 조건이 바뀔 때, 상황이 생길때 비로소 드러난다. 성품이 제대로 된 사람은 말이 무겁다. 거짓 약속을 하지 않고, 이유 없는 칭찬을 남발하지 않는다. 급할수록 조용하고, 억울할수록 기다릴 줄 안다.


독일의 준설회사 CTO를 만났던 날이 생각난다. 명함을 주고받고 미팅 전에 나누었던 대화는 지금도 선명하다. 그는 준설선 건조 공정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우리 가족에 대한 내용을 물었다.


업무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집으로 초대했으며, 자신의 휴가때 부억 인테리어 공사와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명함에는 없었지만, 그 사람은 진실 했으며 겸손이 있었다.


벨기에 글로벌 기업의 매니저는 원래 성격이 급했다. 업무를 제외한 사적인 일은 급한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공적인 업무에서 그는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분쟁이 생기더라도 상대와 원만하게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재능이 있다. 그의 인성은 급했지만, 성품은 신중했다. 나는 그런 사람과 25년 넘게 일할 수 있었다.


국내 준설 프로젝트를 시행하던 중 해저지반의 토질 조건이 달라 분쟁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엔지니어는 새로운 해결책으로 증가되는 금액에 대하여 두 회사가 분담하도록 제안했다. 그의 명함에는 차장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의 성품과 판단력은 임원급이었다.


30년 전 함께 항만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던 준설선 기관장,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늘 겸손한 대기업 전무님. 그들은 말이 많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에서 나는 배웠고, 그들이 남긴 삶의 자취는 지금도 나의 거울이 된다.


성품이 부족한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회사 홍보와 자신의 성과만 늘어놓았다. 그의 명함은 화려했지만, 그 사람의 성품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어느 국내 기업의 전무는 불리한 부분의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려 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회사에 기여한다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며 거짓말하던 일은 아직도 선명하다.


결국 2,000여명을 만나며 깨달은 것은 인간의 성품이다. 성품이 깊고 단정했던 사람, 그리고 성품이 고약하고 이기적이었던 사람이다. 지식이나 돈, 직함으로 그들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준 태도, 대화에서 느껴진 배려, 또는 무례함과 이기심이 그 사람을 기억 속에 남게 한다. 어떤 사람의 이름과 따뜻한 말투는 남았다.


진짜 네트워킹은 성품의 교류다. 명함에 회사명과 직책이 적혀 있지만, 결국 네트워킹은 성품과 성품의 만남이다. 서로의 됨됨이를 인정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성품이 있는 사람은 말 대신 삶으로 증명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이에게 마음을 열고 신뢰를 준다. 성품은 그래서 곧 평판이며, 인생의 자산이 된다.


명함을 주고받는 순간은 짧지만 그후에 이어지는 관계는 길다. 시간이 증명하는 가치도 성품이다. 사실 네트워킹은 명함 수집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연결이다.


성공도, 명예도, 지식도 결국 시간 앞에 퇴색된다. 그러나 성품은 그렇지 않다. 성품은 관계 속에 남고, 기억 속에 남고, 신뢰 속에 뿌리내린다.


명함에는 그 사람의 현재가 기록됐지만 성품에는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모두 담겨있다. 명함은 종이 위의 글자지만, 성품은 살아온 인생이 남긴 발자취다.


그 자취는 나이 들수록 선명해지고, 떠난 뒤에도 남는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명함의 직책과 이름 보다 성품이란 자산을 올바르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네트워킹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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