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꿈꾸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특허 실무
특허의 개수와 그 기업의 기술력은 동등하지 않다. 상관관계의 경향이 있을 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의 등록 과정은 기술력을 평가받는 심사가 아니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을지라도 이것을 특허 명세서에 잘 풀어내지 못하면 등록 특허를 보유할 수 없다. 반대로, 아이디어만으로 해당 과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를 설명할 수 있다면 특허 등록이 가능하다.
즉,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기술력이 없더라도 다수의 특허를 등록받을 수 있다. 등록된 특허는 정책 자금을 위한 가산점 용도나, 대외에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허의 보유 목적은 원래 배타적 독점권이지만, 부수적인 가치로도 활용된다.
특허의 목적을 구분하지 않고, 무작정 좋은 특허를 창출하려고만 했던 경험이 있다. 특허 출원 목적을 분명히 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다. 경험이 없다면 무조건 좋은 특허, 넓은 권리만 고집하게 된다. 독점력 높은 특허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시장에 형성된 특허 출원 대행 수수료로는 이런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변리사가 이런 설명을 하면, 우리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좋은 특허를 위해서는 돈을 더 내라고 하니, 다른 특허 사무소를 찾게 된다. 이런 고객 성향을 변리사도 잘 알기 때문에 고품질 특허를 위한 방법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해오던 대로 단순 출원을 선택한다. 이렇게 출원된 특허는 본래 목적이 아닌 정책 자금이나 홍보용으로 쓰이게 된다.
특허의 목적에 따라서,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는 노동 강도가 다르다. 특허 명세서 작성자, 즉 대리인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출원 목적 1> 권리 범위와 관계없이, 특허 등록을 원하는 경우. (등록용)
대리인 입장에서 수월한 케이스이다. 청구항의 구성을 최대한 많이, 권리 범위는 최대한 좁히면서 기존 기술과 다른 어떤 하나의 효과를 부각한다. 상세한 설명에, 해당 효과를 위한 구성 몇 개를 선택하여 그 구성의 기능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 놓는다.
이렇게 등록된 특허는 경쟁자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기업 홍보나 정부 지원사업 등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출원 목적 2> 등록되면 좋지만 안돼도 상관없는 경우. 출원만 하면 되는 경우. (출원용)
누워서 떡 먹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실무에서는 <출원 목적 1>과 비슷하게 명세서를 작성할 것이다. 그거나 이거나 수고의 차이가 크지 않다. 경중을 굳이 따지자면 가장 쉬운 케이스이다.
우리는 출원 자체로 자신의 브랜드를 높이는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입, 취업 등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어낼 수 있다.
<출원 목적 3> 타인의 특허 등록 제지를 위한 경우. (제지용)
사업을 영위하면서, 내 특허는 상대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이 좋은 수단이 경쟁사의 손에 있다면 나의 사업에 큰 걸림돌이 된다. 경쟁사의 특허가 등록되더라도, 미리 출원한 나의 특허를 통해서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특허 등록을 제지하기 위하여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 좋기는 하다. 그런데, 특허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사업 초기에 자금의 여력이 없다면, 굳이 출원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수단이든 해당 기술이 공개되기만 하면 등록을 훼방하거나 무효화시킬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차후 진행될 우리의 특허 등록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공개해야 한다.
이런 특허의 경우, 청구항보다 상세한 설명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상상해낼 수 있는 모든 예시를 대리인에게 글이든 말이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허 명세서 작성 난이도는 높지 않다.
대리인은 기술이 사용되는 예시(실시 예)를 물을 것이다. 출원 목적을 알면서도 실시 예를 대충 물어보거나, 상세한 설명에 충분한 분량을 적지 않는다면 나태함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심사청구라는 것을 신청해야만 심사에 착수되고,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제지용 특허라면 내가 출원한 특허가 굳이 등록될 필요는 없다. 특허 사무소에서는 특허 출원 시, 습관적으로 심사청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 목적을 분명히 말하여 심사청구를 하지 말라고 하라. 심사청구를 하지 않으면 관납료를 아낄 수 있다.
<출원 목적 4> 독점적 권리로 사업하기 원하는 경우. (독점용)
이것은 까다롭다. 타인의 사업 진입을 막을 넓은 청구범위를 요구하게 된다. 발명 자체가 새롭거나 진보하지 않으면 명세서를 아무리 잘 적어도 넓은 권리 범위의 특허는 불가능하다.
대리인은 넓은 독립항 작성 후, 종속항을 촘촘한 구조로 짜는 정도가 최선이다. 발명에 관여하지는 않고, 우리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회피 설계가 가능하다. 회피 설계란,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 설계를 의미하며, 그 기술을 회피 기술이라고 한다. 즉, 회피 설계가 가능하다는 말은 경쟁자의 진입을 완벽히 막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원천 기술의 경우, 넓은 범위의 등록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회피 설계가 불가능한 권리 범위를 확보한다면 경쟁자의 진입을 철저히 막을 수 있다. 특허권 자체로 매우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특허권 매각이나 로열티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잘 짜인 특허 전략과 노력, 시간이 요구된다.
특허의 출원 목적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지급되어야 한다. 특허 출원을 대리인에게 의뢰할 뿐 아니라, 발명한 것을 직접 작성하기도 한다. 직접 작성했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출원 목적에 따라 그 난이도와 소요 시간이 천지 차이다. 불투명한 가격 체계 등의 이유로 저품질의 특허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행히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나 특허 컨설팅 등 업계의 변화 움직임을 볼 수 있는데, 효과를 기대해본다.
독점용 특허를 목표로 출원했다가 아니면 말고, 이런 방식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애매하게 등록된 특허를 홍보용, 등록용으로 활용한다. 스타트업에는 이런 방법이 비효율적이다. 처음부터 목적을 명확히 해야 특허의 본질 가치를 얻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대행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목적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에너지를 낭비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특히, 독점용 특허를 얻고자 할 때, 관행대로 출원하면 양질의 특허 확보가 어렵다. 이런 특허가 필요하다면, 목적을 명확히 하고 직업윤리와 실력을 함께 갖춘 전문가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