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 시장에 '추론'이라는 키워드가 뜨겁다. 마법의 지팡이처럼 모든 AI 서비스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단어 뒤에 숨겨진 실체는 무엇일까?
AI 업계 역사에서 머신러닝, 딥러닝처럼 기술적 용어가 마케팅 용어로 변모하며 과장과 실체 사이의 간극은 항상 존재했다. 추론 기능 역시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 채널 운영에 AI를 활용하며 추론 기능 전후의 변화를 체감했다. 도입 전에는 AI가 맥락에서 벗어나 대화가 길어지면 관련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방향성을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맥락을 상기시켜야 했다.
추론 기능 적용 후에는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핵심 맥락을 유지했다. 콘텐츠 기획 논의에서 초기 설정한 주제와 목표를 끝까지 기억하고 관련성 높은 제안을 이어갔다. 길고 복잡한 기획에서 각 요소의 관계성을 더 명확히 파악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했다.
공개 주방이 요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듯, AI는 항상 내부적으로 패턴 분석과 예측 과정을 거쳤다. 추론 기능은 그 중간 과정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변화일 수 있다.
반면 Chain-of-Thought 프롬프팅 기법이 적용되어 AI가 '되새김질'하며 생각을 정돈하는 과정이 추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두 가설의 중간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런 기술적 변화를 '혁신적 추론 능력'이라는 화려한 포장으로 감싸지만, 사용자는 개선된 경험을 활용하되 과장된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거울은 실체를 반영하지만 그 자체가 실체는 아니다. AI 추론 역시 마찬가지다. 추론 기능은 혁신이라기보다 진화의 한 단계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
분명 맥락 파악, 일관성 유지, 단계적 접근이 개선되었지만, 이것이 인간 수준의 '이해'나 '사고'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술 발전의 홍수 속에서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도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AI에게 기대하는 '추론'과 AI가 실제로 수행하는 '추론'의 차이를 이해할 때, 비로소 이 도구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