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선 5분이면 되던데, 왜 두 시간이 넘어도 고쳐지지 않는 것인가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졌던 며칠 전, 요가를 가려고 차고에서 차를 빼는데 드라이버 사이드 로우빔 헤드라이트가 나간 것을 발견했다.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샵에 맡기려면 적어도 오십 불, 백 불은 깨질 일이었다. 예전에 패신저 사이드의 로우 빔이 나가 전등을 가는 김에 9006번 전등 한 쌍을 사놨던 게 생각났다(그 당시엔 회사 아저씨께서 전등을 갈아주셨다). 집에 전등을 갈 수 있게 도와줄 모든 도구는 있다! 유튜브를 검색해서 동영상을 몇 개 봤다. 고칠 준비가 된 것 같다!
당연히 패신저 사이드의 대칭 부분에 드라이버 사이드의 로우빔이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지난번에 아저씨가 갈 때 후드를 열어서 갈았으니까) 후드를 열어 일단 배터리를 빼내고(배터리가 그렇게 무거운 줄 몰랐음) 소켓이 박혀있는 나사를 조금 풀어주고 소켓을 반 시계 방향으로 딸깍 돌려 빼준 뒤 문제는 시작이 되었다. 얼마나 오래 박혀있었던 것이었는진 모르겠지만 (14년?) 정말로 도저히 빠지지가 않았다. 유튜브 비디오를 보면 사람들은 탭 한 번만으로 잘만 빼내던데. 그 와중에도 전등 유리가 아작 날까 봐 두려웠다. 어찌 저지 소켓에서 전등을 분리하였으나 장장 30분이 넘게 걸렸다. 진이 다 빠진 채로 새 9006번 전등을 집어넣는데, 어, 이상하다, 도무지 들어가지 않는다. 빼낸 오래된 전등을 살펴봤다. 9005번이라고 써져 있었다. 홈 모양도 맞지가 않는다. 9006번은 홈이 두 갠데, 9005번은 홈이 하나다. 분명 로우빔은 9006번이라고 했는데. 저번에 분명 9006번 전등으로 로우 빔을 갈아서 아직까지 멀쩡하게 타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했냐면, 음, 제조사에서 파트가 없었나 보다. 그래서 9006번 소켓을 끼어놨어야 했는데 9005번 소켓을 끼어놨나 봐. 월마트로 향했다. 자동차 섹션에 아저씨한테 물었지만 로우빔은 9006번이고 하이빔이 9005번이라고 했다. 9005번 전등을 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면장갑을 끼고 작업을 시작한다. 9005번 전등을 넣어줬더니 잘만 들어간다. 다시 소켓을 자리로 넣어 오른쪽으로 살짝 돌려 고정시켜준 후 나사를 다시 조여준다. 배터리를 설치한다. 시동을 건다. 전조등을 켠다. 여전히 로우빔이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더러워진 목장갑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다시 구글링을 시작한다. headlight still not working after bulb change.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받았다. 끊어진 퓨즈, 릴레이 문제, 혹은 와이어링 문제 (와이어링 문제라면 이건 정말 심각해진다). 릴레이는 읽어 봐도 뭔지도 모르겠고 퓨즈박스 안에 같이 있다는데 내 차의 퓨즈박스 및 매뉴얼은 릴레이에 대해서 설명을 전혀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퓨즈를 테스트했다. 오른쪽 하이빔, 오른쪽 로우빔, 왼쪽 하이빔, 왼쪽 로우빔의 퓨즈를 바꿔껴가며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모두 아무 문제가 없었다. 퓨즈 하나라도 끊어졌다면 바꿔 끼웠을 경우 뭐 하나가 안됐어야 됐는데. 불 빛으로 투과시켜보아도 퓨즈는 너무나 멀쩡해 보였다.
벌써 밤 12시였다. 내일 회사를 가기 위해 잘 시간이었다.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 집으로 올라와 다시 유튜브를 검색했다, "How to replace low beam head light bulb". 동영상이 재생된다. 아, 왜 이 동영상은 후드를 열지 않고 바퀴 쪽에서 전구를 가는 건가. 내가 봐왔던 3개 가까이 되는 동영상은 모두 후드를 열어 배터리를 제거해 전구를 갈았는데... 매뉴얼을 펼쳤다. 자세히 보니 매뉴얼도 로우빔, 하이빔이 나눠져 있었다. 그러니까, 9005번 전등은 하이 빔용이 맞았던 것이고 여태까지 끙끙대며 갈았던 전구는 멀쩡하게 잘만 되고 있던 드라이버 사이드 9005번 하이빔 전구였던 거다.
이대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다시 차고로 내려간다. 시동을 건다. 왼쪽 앞바퀴 윗부분으로 로우빔 소켓을 액세스 하기 위해 바퀴를 오른쪽으로 돌려준다. 시동을 끈다. 뭐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는 나사 몇 개를 뚝 빼서 자동차 밑 고무판 같은걸 뜯어준다. 빛을 비춘다. 아, 다른 색깔의 소켓이 보인다. 했던 모든 동작을 반복한다. 나사를 약간 풀러 준다. 소켓을 왼쪽으로 살짝 틀어 빼낸다. 탭을 눌러 전등을 빼낸다. 이번엔 10분 정도 걸렸다. 아, 9006번 전구와 같은 칼라 코딩의 노란색 전구다. 새 전구를 소켓에 낀다. 소켓을 제자리에 넣어 오른쪽으로 돌려 끼운다. 나사를 조여준다. 시동을 건다. 모든 헤드라이트가 들어온다!!!!
그 자리에서 소리가 절로 질러졌다. 허리가 아팠고 손에 낀 면장갑엔 온통 기름 떼였지만 엄청난 성취감이었다. 이제 차 앞 전등은 다 내 손으로 고칠 수 있어. 하이빔 로우빔 다. 하하하!!!!
근데 다음날 회사 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