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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Nov 10. 2018

요가, 몸을 위한 완전한 집중력

온전히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간

어렸을 때부터 나는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운동을 좋아했다. 미국 와서 영어 한마디 못하는 시절 겁 없이 축구팀에 뛰어들었던 여고생이었으며 한국계 회사에 다니던 시절은 일보다는 점심시간이나 회사가 끝난 뒤 땀까지 뻘뻘 흘리며 탁구를 열심히 쳤다 (논외이지만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학생 시절, 체육시간에 여학생들은 같이 공을 차지 않고 등나무 밑에 앉아서 수다나 떠는 것에 대해서 깊은 분노를 느꼈던 학생이었다). 너의 불 같은 성격에는 요가가 도움이 될 거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지만 (격하게) 운동하는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을 거야!라는 이유로 오랜 시간 요가를 거부해왔다.

 

아직도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변함이 없으나 어떤 "스포츠"를 하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는데 여성의 커뮤니티는 "스포츠"를 위해 모이는 모임이 그리 흔치 않다. 피트니스 센터는 몇 년이라는 시간 다니며 꾸준히 근력운동을 해왔으니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다.

 

가끔 어떤 날은 다운독을 하고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요가에 완전하게 빠져드는 날이면 그 순간만큼은 나의 근육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 대단한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바깥세상의 일들을 완전하게 잊게 된다는 것도 요가의 매력이다. 반대로 유난히 머리가 복잡한 날이라던가, 다 귀찮다던가, 집중이 되지 않는 날의 요가는 끝도 없이 대충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산 자세 (Mountain Pose), Image: Live All The Days

 

단순히 서 있는 것 같은 산 자세(mountain pose)도 능동적으로 하려면 굉장히 힘이 든데 그 이유는 "열심히" 서 있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점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거다. 물론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느껴온 점은 이러하다. 올바른 산 자세를 위해서는:

 

1) 골반 너비로 두 발을 벌리고 서서

2) 두 발바닥에는 힘을 균등하게 분배하여 지면을 액티브하게 딛으며

(force evenly distributed throughout two feet, 그 와중에 발을 flex 할 수 있으면 더 효과적),

3) 복근을 척추에 붙인다는 느낌으로 복근을 활성화하며 (navel to spine),

4) 꼬리뼈는 아래로 접어 정 밑바닥을 향해야 하며 (tucked-in tailbone toward straight down)

5) 그렇게 활성화한 복근과 꼬리뼈는 자연스레 엉덩이 근육과 뒤 허벅지 근육을 활성화시키며 (glutes and hamstrings engaged)  

6) 어깻죽지는 목과 머리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하며 (shoulders away from ears, relaxing shoulders)   

7) 가슴도 약간은 내밀며 (heart opening)

8) 턱도 약간은 당겨 뒷 목이 길어질 수 있도록 하며 (chin slightly tucked in, lengthning back of neck)

9) 지구가 나를 받쳐주고 있듯, 지구 또한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곧 발사될 것만 같이 "actively stand tall" 해야 하며 (누군가가 내 머리에 실을 달아서 잡아당긴다는 느낌으로)

8) 그 와중에 갈비뼈 하나하나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으로 폐에 산소를 가득 집어넣었다가 완전하게 폐를 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운 독 자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운 독 자세는 뒷 허벅지를 위한 스트레칭이 아닌, 척추를 길게 늘어뜨려 사이사이 공간을 넓혀주는 것을 우선순위로 한다 (lengthning the spine). 다운 독 자세에서 척추보다 뒤 허벅지에 강한 스트레칭이 오는 경우 무릎을 약간 굽혀 먼저 척추를 길게 만들어 준 후 다른 부위들을 신경 써주는 것이 좋다. 꼬리뼈는 척추로부터 일직선을 유지하며 엉덩이를 최선을 다해 치솟게 하고 그로부터 상체와 하체가 흘러나오는 느낌으로(산 정상에서 물이 흘러내려오듯) 자세를 취해줘야 한다. 그 와중에도 어깨가 얼굴 쪽으로 무너지지 않고 귀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어깨가 탄탄히 받쳐주어야 하며 손과 발은 지면을 열심히 밀어줘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영 쉽지가 않다. 자칫 딴생각을 하면 뭐 하나는 딴짓을 하고 있기 마련이다.

 

자세마다 쓰이는 근육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가 자세들은 뼈 혹은 관절 마디 사이마다 공간을 만들어준다고 (creating space) 생각하면 이해가 쉽고 한 포즈를 하면 그다음 포즈로는 꼭 카운터 포즈를 해주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예를 들면 여느 백 벤드 자세를 하고 나면 아기 자세(child pose)나 전굴 자세(forward fold)로 척추가 받았던 압박을 풀어주는 식으로.

 

요가를 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몸에 대해 깊은 이해가 생긴다는 점이다. 몸의 어떤 부분이 튼튼하며, 무엇을 향상할 수 있는가. 나의 경우 외형적으로 상체보다는 하체가 더 발달했다는 건 알았지만 arm balance 동작을(crow 자세 등) 하기 시작했을 때 이 사실은 더 확연히 드러났다. 하체를 베이스로 균형을 잡는 자세들(워리어 시리즈라던가, 런지라던가)은 내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 상체는 몸 전체를 지탱해 낼 수 있는 근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또한 나는 팔꿈치, 골반, 무릎 등이 180도 이상으로 꺾이는 hyper-extension 증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내가 "옳다"고 느끼는 상태의 내 자세들은 관절에 무리가 가서 비냐사를 하는데 오른쪽 팔꿈치에서 뚝뚝 소리가 나고 아팠다. 90도 각에서 멈춰야 했는데 더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그렇게 해야 열심히 운동! 을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때문에 더욱 섬세한 절제와 컨트롤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늘 챌린지를 주며 큰 집중력을 요한다.

 

요가는 운동이라기보다는 보다는 나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집중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온전히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내 다른 부위에 근육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계속해서 완전히 집중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만약 요가를 일찍 접했더라면 근력운동 혹은 스포츠를 하는 데 있어서도 몸을 "사용"하는데 더 영리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가에는 끝이 없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존중하며 요가를 통해 부족한 점을 채워내 몸의 근력, 유연성, 균형을 길러내는 긴 여행이 되겠지만 내 몸을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요가 탐험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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