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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Aug 10. 2022

뉴욕, 뉴욕

it is so good - they named it twice

오리지날 하랄가이즈, 줄을 나래비 나래비로 서있다 - 푸짐한 양을 보시라


5년만에 온 뉴욕은 실수 투성이였다. 급하게 결정된 3박의 무계획 여행이었던 탓에 동선도 엉망진창, 타임스퀘어, 센트럴 파크는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본게 다였고 맛집 투어도 계획을 하지 않은 바람에 누욕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은 오리지날 하랄가이즈로 남아버렸다. 앗, 아니다. 공항 가기 전에 쫓기면서 먹은 1인분 곱창찌개는 홀로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했다.



뉴저지에서 보는 맨하탄 스카이라인


도착한 날 친구가 뉴저지에서 제일로 멋진 맨하탄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공원으로 데려가줬는데 야경이 너무 멋있어서 내내 감탄을 해댔더니 고맙게도 늦은 밤 맨하탄으로 드라이브까지 나가줬다. 뉴욕의 야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2011년 처음 뉴욕을 방문 한 이후 뉴욕을 다섯번은 넘게 다녀왔지만 이상하게 뉴욕은 와도 와도 또 오고싶다. 뉴욕을 동경한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난 맨하탄에 본거지를 두고 (펜트하우스) 여름이면 워싱턴 주 산골에 가서 살테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뉴욕


뉴욕에 오면서 단 하나의 계획이 있었다면 1일 1미술관이었다. 가장 기대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는데 역시 세계의 돈이 몰리는 곳엔 값지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가도가도 또 좋았던 모마, 몇년 전 방문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던 프릭 콜렉션 (지금은 프릭 콜렉션이 공사중이라 프릭 매디슨), 하루를 다 돌아봐도 다 보지 못할 것 같은 메트로폴리탄이 이번 여행의 계획의 전부였다. 이번에도 구겐하임, 위트니, 누는 뒤로 밀렸지만 다음에는 꼭 모마와 프릭을 뒤로하고 가보겠다 다짐해본다.


프릭 콜렉션은 매디슨으로 장소를 잠시 옮겨서 그런건지 내 취향이 변한건지 예전만큼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그 땐 아기천사들 그림들이 그렇게 좋아서 베뉴탓인가 프릭 콜렉션은 베뉴가 참 좋았지 프릭 콜렉션이 뉴욕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았다. 프릭 콜랙션을 갔던 날이 가장 한가한 날이었는데 도대체 왜 시간이 가장 많은 날 멧을 안가고 프릭을 간건지 그런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한 내가 원망스럽다. 공항을 가는 날 거대하기 그지없는 멧을 가겠다고 결정한 나는 생각이 별로 없나보다.



모마, 피카소와 모네


모마는 유난히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모마는 콜렉션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언제가도 미술관에 대한 욕망을 채워줘서 좋다. 모네의 수련 벽화와 마그리트의 작품들 그리고 피카소의 명작들은 모마를 들를만한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St. Patricks Cathedral


모마를 구경하고 5가로 내려가다보면 한블락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St. Patrick's Cathedral도 잠깐 구경하고.  



로뎅 조각상은 곡선이 아름답고 넘나 로맨틱하다 이거 하나 갖고싶다  
모네의 그림들 - 너무 너무 예쁘다
그 외 초유명작들


멧은 너무 좋았다. 몇 년 전 처음 멧을 갔을 땐 너무 커서 정신은 없고 나의 작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조각상들과 고대의 물건들만 많은 것 같아서 큰 호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근데 이번에 시간에 워낙 쫓기느라 유럽 모던 아트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냈더니 멧의 어메이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모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늘 집착해왔는데 이젠 멧에게 내 사랑의 자리를 내줘야할 것 같다. 멧에 마그리뜨의 그림은 없지만 모네의 초기 중기 후기 그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네 뭉게뭉게한 그림들은 정말 아름답다.



(1) 뉴욕 증권 거래소 (2) 뉴욕 연방 은행 (3) 월드 트레이드 센터/몰


그리고 뉴욕에 가면 꼭 집착하듯 가게되는 곳이 한 곳이 더있는데 바로 뉴욕 증권거래소다. 안으로 들어가볼 수도 없는데 뉴욕 증권거래소는 내게 뉴욕 그 자체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 이루지 못한 꿈인 것도 같다. 맨하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쉽게 가지는 곳은 아닌데 그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가본다. 읭? 왠 텍사스 주기가 걸려있지? 싶었는데 텍사스의 초등학교에서 총기사건이 있던 즈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요즘 인플레이션이 우리 세대엔 본 적이 없는 그런 인플레이션이라 그들의 재정 정책 행보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있는 연방은행도 슬쩍 들러봤다. 사실 파웰 의장께서 여기서 일하시는 줄 알고 파웰님이 일하는 곳 구경이나 한번 가보자... 하고 갔던 거였는데 파웰님은 연방은행 DC 로케이션에서 일하고 계신단다.


예전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증권 거래소 바로 맞은 편에는 에르메스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지금이야 돈이 다 전산으로 거래되지만 현찰로 주식이 거래되던 시절, 한 탕 크게 한 날은 에르메스에 들러서 뭐 하나라도 집어가던거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증권소 옆에 에르메스라니, 이것만큼 자본주의를 대놓고 상징하는 것도 없다 싶다.



마무리는 허드슨 야드/하이라인에 있는 꽤 최근에 세워진 베슬(2019)이라는 건축물로 해본다. 사람들이 플레져를 위해 이용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이윤도 창출되지 않는 목적이 없는 예쁜 건축물이다. 이런건 돈이 넘치고 넘쳐서 예쁜거나 만드는데 쓰고 싶을 때 만드는 뉴욕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목적없는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살이 몇 번 일어나는 바람에 현재는 잠정 폐쇄 상태로 올라가볼 수도 없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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