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성당 구경
나에게는 섬나라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이 있다. 그런 이유로 이웃나라 일본도 가보지 못했는데 내가 두 번째로 가보는 유럽의 국가가 섬나라 영국이 될 줄이야. 사랑하는 사촌동생이 영국의 명문대학 캠브리지 석사를 졸업한다 하여 가족 모두가 영국으로 출동하기로 했다. 영국은 이미 현이가 살고 있기도 하고 큰 기대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다음 목적지인 파리에 비해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현이가 무려 캠브리지에서 공항까지 데리러 나와줬고 엄마 이모 이모부가 오시기 전 현이와 나에게는 하루가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발에 모터를 달고 시간이 길게 필요한 곳(내셔널 갤러리)들 말고는 대충 다 훑어봤다. 현이가 체력 실화냐며 심지어 대영박물관이 숙소 바로 앞이라 들어가서 훑고 나온 이후로 대영박물관 바로 앞 숙소에 머물면서도 결국 다시 가지 못했다. 대영박물관 쪽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내셔널 갤러리 쪽으로 접근해 전쟁당시 처칠의 사무실이었다는 war office를 지나 마주한 웨스트 민스터. 고딕양식으로 삐죽삐죽한 웨스트 민스터 궁이자 국회의사당, 웨스트 민스터 애비, 빅벤, 웨스트 민스터 다리. 나의 런던의 최애 스팟.
웨스트 민스터 사원에 입장하려면 원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예배를 참석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곳이 꼭 들어가 보고 싶고 거기서 성가대 음악을 들으면 더 좋을 거 같아서 웨스트 민스터에 3시인가 5시인가 저녁에 성가대가 노래를 하며 기도하는 Evensong에 참석했다. 영국 왕실과 함께해 온 성공회 교회, 윌리엄과 캐이트 미틀턴과 결혼식을 올렸고, 찰스가 대관을 했고, 스티븐 호킹이 묻혀있는 영국의 역사를 함께하는 교회. 외부도 너무 아름답지만 내부는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금박으로 만들어진 고딕스타일의 휘황 찬란 거대하지만 디테일한.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더 가까이 들어갈 사람!! 하는 줄을 따라가면 저런 금박 금박한 곳 밑에 앉아 성가대 바로 뒤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장소가 주는 경외감, 신에게 바치는 노래, 그것에 참여한다는 것이 성스러운 경험이었다. 음악은 신성했고 감동적이었다. 성가대의 실력은 월클이었다.
점심을 보로마켓으로 먹으러 가려고 주변 지도를 보는데 크고 대단해보이는 성당을 찾았다. Southwark Cathedral. 보로마켓에서는 워낙 사람이 많아 정신도 없는데다가 커피 마실 장소가 약간 애매한데 보로마켓에 밖으로 나와서 이 성당 카페 가는 것을 강추한다. 성당이라 조용한 분위기에 카페에 사람도 별로 없다. 여기에 카페가 있다는 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 근데 입구를 찾기가 좀 까다롭다. 우리는 조용한 데서 카페 가자고 보로마켓에서 나와서 테이트 모던까지 걸어가서 카페를 가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지도상에 바로 옆에 있길래 마켓으로 점심 먹기 전에 갔는데 입구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밥을 먹고 나와서 한참을 헤맨 성당은 역사가 800년도 더 된 근사한 성당이었다. 한쪽 벽면에 까만 외관도 특이했고 안에 조각상들도 인상 깊었는데 하필 오르간 연주 연습 중이라 더욱 근사한 성당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세인트 폴. 테이트 모던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타워브리지를 건너 버스를 타고 갔다 P의 동선 효율화 실패. 웨스트 민스터 애비가 고딕 양식과 화려한 내부를 선보였다면 세인트 폴은 규모와 돔으로 승부를 한다. 물론 금장의 장식품들이 아주 많았지만 세인트 폴은 웨스트 민스터 애비에 비해 웅장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세인트 폴은 바티칸 다음으로 가는 큰 돔을 가졌다고 하는데 들어서는 순간 시선을 압도하는 멋진 돔이었다. 시간적으로는 세인트 폴을 갔던 게 먼저였는데 세인트폴 Evensong을 갔다가 너무 좋아서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가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홀리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