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대만싱가포르 등 동아시아계가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2023년 성과평가 시즌이다. 매니저는 팀원들의 연말 성과평가 내역을 종합해서 그의 보스와 그의 피어 매니저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고과를 매기는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해 역시 그와 1시간을 1:1 퍼포먼스 리뷰를 했다. 나의 성과를 늘어놓은 후 코멘트에 업데이트 요청사항이 있어 1년을 돌아보며 글로 정리하는데 이틀을 보냈다.
리더쉽에 대해 생각하며 유튜브를 봤다. 회사가 가장 요구하는 덕목이 아닐까 한다. 미국 구글의 아시아 네트워크(였던가)에 소속하신 HR에 계셨던 분이 펀딩을 받아 리서치를 진행하셨다고 했다.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폴, 대만사람들은 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지 못하나? (feat. 인도애들만큼 - 마소도, 구글도 현재 사장이 인도인) 리서치 결과가 인상적이었고 이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1. 권력에의 복종 (Deference to authority) - 권력에서 요구하는 것을 잘 해내지만 상사나 임원에게 도전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개인이 튀면 눈살을 찌푸리는 분위기도 예다. 내 세대에는 많이 변하고 있음을 바라본다. 동아시아는 유교문화권이라 그런지 조직 내 사람들 조화가 중요하고 튀는 것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미국의 조직문화에서는 위로 갈수록 자화자찬하고 PR 하는 기술은 필수이다. 매니저가 자기가 칼리브레이션 미팅에서 나를 쇼케이스 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해야 될 거 한 거 말고 above and beyond로 했던 일 위주로 강조해서 더 코멘트를 요청했다. 이번해 일을 워낙 열심히 해와서 거의 2일을 투자해 서사를 만들어냈고 내가 극복해 내고 해내야 할 문화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성과 리뷰항목을 보면 what(무엇을), how(어떻게-리더십), overall(전체)을 따로 묻는데 처음에 overall에 뭉뚱그려하는 바람에 많은 작업이 필요했다. what과 overall은 짧게 bullet point로 정리할 수 있는 반면 how는 그야말로 소설 그 자체였다. 영어로 이렇게 열심히 작문한 적도 오랜만이라 브런치에 공유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2. 능력/따뜻함 - 사람은 사람을 능력과 따스함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사람은 따스하면서도 능력이 좋은 사람과 어울리고 싶고 리더쉽도 역시 능력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겸비한 자를 본인들의 팀에 원할텐데 밖에서 보는 아시안들은 아무래도 능력이 좋은 차가운 사람으로 비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다. 그리고 아주 냉철한 능력이 좋은 사람이 적으로 돌아서면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가까이 두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한국사람의 정~ 이 있어서 따뜻하다고 생각될지 모르나 밖에서는 좀 다르게 비치기가 쉽다고 한다. 특히 물 건너온 지 얼마 안 되었으면 더 그럴 수 있을 것도 같다. 이곳은 마주치는 사람에게 웃으며 hi를 하고 스몰토크를 하는 나라다. 나는 서로에게 웃어주며 마주치는 사람과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하는 문화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꽤 오래 살아 스몰토크를 괜찮아하는 편이다.
3. vulnerability (약점을 보여주는 것) - 체면문화 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을 하시며 말씀하시는 부분이었다: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질문 안 하는 동아시아의 문화. 팀쿡 디렉트 리포트 애플 Engineering SVP, 매력 넘치는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의 크레그 페데리기가 늘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 역시 너의 모르는 것을 인정한 용기 있는 질문의 답으로 새로운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런 것을 헤쳐나감에 쑥스러운 생각이 들지만 업무에 대해서 잘 포장해서 나의 성과를 멋지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미국 조직문화에서는 필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이 미덕인 나라에서 자라 극복하기 참 어려운 문제이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자화자찬의 성과평가를 작성하니 훌륭한 한 해를 잘 쇼케이스 할 수 있었고 기분이 꽤 좋았다. 금요일 저녁 7시가 넘어서 매니저에게 pdf를 전달하고 2023년 이만하면 열심히 살았다고 참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며 미소가 지어졌다.
동아시아에서 혁신이 느린 이유가 존댓말과 상하 관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