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그리뜨 Aug 21. 2023

영국의 명문대학, 캠브리지 대학교 방문기

캠브리지 졸업식 참석

사랑하는 사촌이 세계적으로 명문인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이를 명분으로 외가가족이 유럽으로 총 출동을 하기로 한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 전, 졸업식 참석과 취업을 해서 이사갈 사촌동생의 짐을 싸서 런던으로 보내는게 캠브리지에서의 큰 목표다.


현이는 학교를 다니는 내내 이모가 (나의 엄마) 케임브리지를 좋아할거라며 말하곤 했는데 켐브리지의 캠퍼스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도시 어디를 가도 중세시대의 성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켐브리지는 미국 대학과는 다른 칼리지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 대학을 칼리지라고 (경영 대학이 한 칼리지, 공대가 또 다른 칼리지) 하는 반면 캠브리지의 칼리지는 생활 공동체 개념에 가까웠다. 한 칼리지에 소속한 동문들은 다양한 전공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기숙사와 건물에서 (+ 예배당) 생활하고 밥도 같이 먹는다. 대학 입학 때 자기의 성향과 잘 맞을 성격의 칼리지로 입학 신청을 한다는데 해리포터의 기숙사 개념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고 했다.


캠브리지에는 31개의 칼리지가 있는데 며칠 구경해가지곤 그 분위기를 이해할 턱이 없지만 현이 말에 의하면 칼리지마다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고 한다. 특히 경제적 혹은 정치적으로 힘이 쎈 쓰리톱은 킹스, 트리니티, 세인트 존스라고 했는데 세인트 존스는 슬리데린 마냥 애들이 재수가 없다고 했다.


장미꽃밭과 첨탑이 아름다웠던 펨브룩 칼리지
비오는 날, 운치가 좋았던, 이 여사님이 특히 좋아하시던 다우닝 칼리지


시차를 적응하지 못한 이 여사님과 나는 아침 일찍부터 아무 목적없는 캠브리지 산책을 하곤 했는데 칼리지라는 개념이 없어서 들어가지 말라고 써있는 가장 오래됐다는 칼리지 피터하우스를 시작해서 장미꽃밭과 벽돌로 지은 빌딩+첨탑이 멋있었던 펨브룩, 크라이스트, 다우닝, 시드니 서색스 등 돌아다니다며 예뻐보이는 건물이나 교회당이 보이는 족족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현이한테 칼리지는 그렇게 맘대로 들어가는거 아니라며 잔소리를 들었다. 근데 막상 제일 구경하고싶었던 힘 쎄다는 3대 칼리지는 (건물이 제일 화려하고 웅장함) 돈이 많아서인지 경비가 삼엄해 몰래 들어가려다가 입구에서 막히기 번번이였다. 역시 특권의식 가진 것들은 재수가 없다.


킹스칼리지의 외부벽


킹스 칼리지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채플을 자랑하는데 킹스 칼리지의 정원이 사람들이 캠브리지 대학하면 생각하는 그 모습인 것 같다. 채플은 공사중으로 천막이 쓰여져 있는 상태인데다 졸업식 시즌이라 유료 입장도 불가능해서 길거리쪽 외관에서만 볼 수 있었다. 수정자본주의를 제창한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이 칼리지 출신이다.


뉴턴이 중력을 발견한 트리니티 칼리지 앞 사과 나무


트리니티는 아이작 뉴턴을 배출한 칼리지로 전통적으로 자연 과학 계열이 강하다고 하며 스티븐 호킹도 이 칼리지의 출신이지만 콘빌앤 키즈 칼리지의 교수님이었다고 알고 있다. 더 웃긴건 칼리지마다 있는 예쁜 정원의 잔디는 칼리지의 팰로우(교수진)들만 밟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금지의 잔디라고 한다. 여기는 계급 나누는 걸 좋아하나보다. 꼰대같은 전통도 전통이라고 좋아하며 따르는 걸 보면 참 신기할 따름. 칼리지마다 정원사들이 참으로 열심히도 정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캠강을 따라 번팅을 했는데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었던 세인트 존스 칼리지 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스케일 크고 삐쭉 삐쭉한게 아주 내 스타일이었는데 역시 몰래 들어가려다가 입구에서 짤렸다. 슬리데린이라고 불리는 그 칼리지의 애들이 몰래 들어가려는 나를 보고 욕을 한거 같기도하다.


조승연이 캠브리지를 두고 양반 공장이라는 말을 썼다고 하는데 현이의 졸업식과 정원 파티를 참석했을 때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백퍼센트 이해가 되었다. 졸업식은 마치 현대판 귀족 상류 사회 사교모임 같았다. 미국은 아닌 척이라도 하지 (그것도 아닐게, 내가 상류 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모르겠다. 결국 하고싶은 짓은 똑같겠지만) 캠브리지는 대놓고 우리는 익스클루시브한 백인들의 상류 사회를 만들거에요 하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서 좀 재수없는 부분이 있었다. 뭐랄까, 하버드와 MIT가 서있는 그 도시 이름이 캠브리지인걸 생각하면 결국 미국이 지향하는 방향도 오리지날인 영국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고.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근본이 영국이니까. 나는 이런 좋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또 자식이 이런데서 공부한다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 글은 캠브리지에서 공부하면서 고생했을 사랑하는 현이에게 바칩니다.







크라이스트 칼리지






작가의 이전글 파리 여행을 다녀와서 - 벗에게 보내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