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프랭클린스 바베큐
사무실에 나오더라도 모두가 탱자탱자 놀고 있는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출장이 웬 말. 그것도 이번 주 토요일부터 휴가인데. 이 회사를 가나 저 회사를 가나 회사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위에 있는 여성분들의 공통점은 뭐 하나에 꽂히면 앞뒤옆이 안보이기 시작하고 밀고 나가는 미친 똘끼인 것 같다(아 정말 여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 하고 싶지 않은데... 꼭 그렇게 광적으로 남들을 괴롭히고 불편하게 해야 그런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걸까). 그래서 미국의 기나긴 휴가 일주일 전, 오스틴을 간다. 그래도 오스틴이라 기쁘다. 20대의 절반을 보낸 마음의 고향, 나의 모교가 있는 곳.
과연 일을 하러 갔는지 놀고먹으러 갔는지 모르겠는 그 모호한 경계 속에 학교를 방문한다. 오스틴은 거의 4년 만이다. 우리 학교의 메인 분수.
나의 졸업과 함께 전자공학과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부쉈는데 (홀아비 냄새가 진하게 나던 그 건물) 4년쯤 지나니 그 자리에 이렇게 멋진 건물이 서있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최신식 건물이다. 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슐럼버저 등 많은 회사들이 경제적으로 지원을 했다.
오스틴 공항에 착륙 전 비행기에서 오스틴을 내려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유티 타워.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다운타운의 주 청사도 구경하고.
텍사스는 워낙 평지라 산이나 언덕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오스틴은 이렇게 언덕에서 콜로라도 리버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산(?)이 있다. 산이라고 해봐야 계단 100개 정도 올라가면 정상이지만...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오스틴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팟 중에 하나였다. 많은 썸남들과 갔던 그런 장소이기도 했고 (야경은 꽤 분위기가 있다).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없는 텍사스에서 간간히 이곳을 올랐던 걸 보면 이때부터 이미 나는 대자연을 사랑하는 여행자였던 것 같다.
캘리포니아서부터 너무나 그리웠던 인앤아웃, 학창 시절 자주 사 먹었던 마담 맘스, 너무 좋아해서 생일 파티, 졸업 파티를 했던 딘호, 모든 것을 튀겨주는 플럭커스, 크리스마스 라이트 장식이 아름다운 모짜르트 카페까지 모든 밥과 디저트가 맛있었지만 글은 오바마 대통령도 왔다 갔다는, 오너 셰프가 고든 램지 친구라는, 그래서 고든 램지는 줄을 스킵하고 먹었다는 전설이 들려오는 텍사스에서 가장 핫한 텍사스 스타일 바베큐집, 프랭클린스 바베큐로 마무리한다. 실제로 오스틴 여행의 마지막 식사였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도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늘 3시간쯤은 기본으로 웨이팅이 있어서 가보지 못했던 그곳. 아침 열한 시에 문을 열어 고기가 다 팔릴 때까지만 장사를 하는 이 곳. 주중에 열두 시 전에 갔는데 줄을 섰을 땐 이미 앞으로 한 시간 반 가량의 웨이팅이 있었던 이 곳. 첫 손님은 아침 7시 반에 왔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친절한 종업원이 와서 브리스켓, 소세지는 아직 남아있지만 풀드 포크, 포크 립 들은 다 떨어졌다고 했다. 대충 양을 얼마 정도 시킬 건지 물어봤는데 그건 뒷 손님들이 주문할 때까지 양이 남아있을지 예측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나의 고기가 썰림을 바라보는 그 설렘은 -- 그리고 그 고기를 처음으로 맛을 보는 그 설렘은 -- 여태까지 루디스 엑스트라 모이스트 브리스켓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루디스를 보급형 텍사스 바베큐로 만들어버리는 어마어마함. 정말 정말 정말 맛있었다. 어스틴에서 바베큐를 딱 한 군데에서 밖에 먹을 시간만이 있다면, 프랭클린스를 추천하겠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유가 많이 필요하다.
단점은, 비싸고 비싸고 비쌌다. 내가 여태 최고라고 생각했던 루디스 엑스트라 모이스트 브리스켓 가격의 1.5배. 루디스가 파운드당 16불 정도 한다고 하면 여기는 25불 정도.
아,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다시 군침이 흐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