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슈타트, 바드 이슐, 스트로블, 장트 길겐
할슈타트 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 풍경. 차가 없는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타고서라도 꼭 들르는 그곳, 할슈타트. 할슈타트의 그 풍경이 궁금했다.
바드 아이블링을 떠나 로젠하임 거쳐 잘츠부르크는 기차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거부할 수 없는 자동차 여행의 편리함에 렌트카를 연장시켰다. 잘츠부르크만 보는 거였으면 차가 굳이 필요 없어도 되었을 텐데 짤츠깜머굿을 갈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로 움직이는 거고, 운전 시간도 1시간이 조금 넘어서 짤쯔깜머굿을 가는 날 여유가 넘칠 줄 알았는데 이 날 막상 2만보를 찍으며 여행 최대 걸음수를 달성했다. 이상하게 잘츠부르크 도시에서보다 훨씬 더 많이 걸었는데 덜 힘들었던 것 같다. 대자연의 기를 받았나?!
엄마와 나의 무계획 여행 스타일은, 오늘은 이 도시를 갑니다, 하면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서 동선을 짜는 식의 여행이 계속되었는데 할슈타트를 목적지를 찍고 가면서는 도대체 무엇을 기대를 해야 할지를 몰랐다. 일정의 목표는 그저 할슈타트 가기, 볼프강 호수 보기, 그리고 수영하기.
볼프강제를 지나 할슈타트제를 만나야 하는데 볼프강제를 만나기도 전 아름다운 호수 하나가 펼쳐진다. 푸실제. 빙하물 호수답게 에메랄드 색 호수 위로 햇살이 만드는 별들이 부서지고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꼭 들르겠다 약속했지만 푸실제를 다시 지나올 때쯤이 이미 저녁 8시여서 다음 짤츠버그를 올 때 제대로 볼 수 있기를, 푸실제에 풍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나쳐왔다.
할슈타트를 갈 때만 해도 고사우 호수도 가느니 마느니 했는데 1시간을 조금 넘게 걸려 아침 9시 30분에 도착한 할슈타트는 나올 때가 벌써 2시쯤이었던 것 같다. 할슈타트의 첫 이미지는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너무 많은 (특히 뭐 때문인지 중국인), 전형적인 관광 도시라고 생각을 했는데 사람이 많은 덴 이유가 있었다. 보면 볼수록 아기자기하고 다정하고 정답고 귀여운 구석이 많았다. 모두에게 알려진 호수 위에 살포시 얹어진 동화마을 그 이상의 마을이었다. 중심가는 형형색색 귀여운 건물들로 가득했고 어디 성당이 특별히 좋았다거나 그랬던 건 아닌데 여행 내내 구름 낀 날씨가 환히 걷히고 파란 하늘을 보여주면서 눈길이 가는 모든 곳이 그림이었다.
호수마을을 여러 군데 들를 거라 어디 호수에서 수영을 할지 고민하다가 할슈타트호를 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르히테스가덴 퀘닉제에서 수영을 했던 날보다 훨씬 쨍쨍하게 해 뜬 날이라 수영하기도 너무 좋았다. 퀘닉제 생각해 보면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덜덜덜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할슈타트 호는 물에 들어가 있어도 춥지가 않았고 계속 물 안에 있어도 춥다기보다는 리프레싱 했다. 아름다운 배경과 완전히 하나 된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즐겁다. 날씨, 알프스, 예쁨, 수영까지, 할슈타트는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곳 중 하나다. 사람들이 굳이 시간 써서 찾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느꼈다. 대자연 여행을 최고로 좋아하는 거 같은데 앞으로 인간의 창작을 공부하는 것이 행복할지, 자연의 창조물의 경이감에 젖어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두 개가 다 가능할 것 같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를 가볼 계획을 부지런히 세워봐야겠다 싶다.
할슈타트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들렀던 베이커리에 걸려있던 사진. 산골짜기 속 할슈타트의 삶, 특히 문명이 발달하기 전 겨울의 할슈타트는 얼마나 막막하고 팍팍했을지 엄마는 사진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할슈타트를 떠나면서 지도를 보니 오버트라운이 10분 거리길래 잠깐 들렀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왔다는 인포메이션 센터 언니가 여러 가지 꿀정보를 많이 알려주면서 스트로블의 음식점도 하나 추천해 줬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스트로블은 굳이 가볼 필요는 없었을 것 같고, 차라리 바드 이슐에서 밥을 먹고 바드 이슐의 유명 디저트 집인 자우너를 들르는 게 나을 뻔했다.
1. 바드 이슐에서 운전할 때 속도를 꼭 지킬 것 (시속 30킬로 제한인 곳에 카메라가 많음)
2. 볼프강제는 스트로블과 장트 길겐에서 볼 것, 스트로블에서 장트길겐으로 보트 타는 것을 추천 (안 했음)
스트로블로 밥 먹으러 가기 전, 엄마가 바드 이슐이라는 도시를 잠깐 들르자고 해서 들른 구경은 몇 시간의 구경이 되었다. 바드 이슐의 핑크 성당과 다운타운은 참 예뻤고, 관광객은 찾아보기도 힘든 작은 도시라 한적하고 좋았다. 이 작은 도시마을에도 카이저빌라라 불리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장이 있었는데 이곳은 비텔스바흐 가문의 미녀로 유명했던 엘리자베스 시시가 합스부르크의 프란츠 요셉과 결혼을 하고 생활을 했던 궁전 중 하나라고 한다. 꽃 바구니가 달려있던 예쁜 이슐 강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트길겐에 다다랐을 땐 이미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해질녘 무렵인 데다 너무 지치고 힘이 들어서 대충 한 바퀴 걷고 보이는 교회 몇 개를 들렀다가, 모차르트 누나가 살았다는 건물도 외관만 대충 보고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이 동네 온갖 아우디 콰트로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어서 부릉부릉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