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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Aug 10. 2024

나치의 도시 독일 뉘른베르크에서의 3박 4일

교회, 탱고, 케밥

뮌헨 주변에서 어디 갈만한 데가 있나 구글맵을 보다가 뉘른베르크를 골랐다. 수가 뉘른베르크에 아주 우호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 듯했고 현이가 겨울에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었는데 너무 예뻤다고 했다. 뉘른베르크는 겨울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게 열리는 곳으로 생 제발트, 생 로렌츠, 그리고 메인 광장에 있는 성모 성당까지 굵직굵직한 세 교회/성당이 아이코닉한 도시이다. 뉘른베르크는 나치당의 시작이자 끝으로 당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킨 도시인데, 나치의 도시답게 세계 2차 대전에 대규모의 공습을 받아 건물들이 대부분 소실되어 성당들도 모두 재건축이 되었다.





바드 아이블링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로젠하임에서 드디어 기차에 올랐다. 그 유명하다는 독일의 49유로 티켓을 끊고 기차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차가 그리웠다. 양손 가득 커다란 짐 가방에, 기차에 사람은 바글바글, 지정석도 아닌 데다가 짐 놓을 자리도 마땅찮고 에어컨도 나오는 둥 마는 둥 해서 스카프를 했던 목에 땀띠가 났다. 이 독일 49유로 티켓은 독일의 고속열차 시스템인 이체 탑승은 포함되지가 않은 티켓이라, 우리는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고 뉘른베르크로 이동했다.




뉘른베르크에 가면 뉘른베르크 도시 박물관에 제일 먼저 가볼 것을 추천한다. 옛날 상거래(?)를 하던 오래된 빌딩에 있는 작은 박물관인데 다른 것 보다도 세계 2차 대전을 기준으로 도시가 전쟁 전, 당시, 후에 어떻게 진화해 갔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들과 모형들이 도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니어처 모형에서 보다시피 동서남북의 도시 코너 끝자락에 워치타워 네 개가 서있고 쌍둥이 교회인 생 제발트와 생 로렌츠, 그리고 모든 걸 내려다보고 있는 카이저버그가 도시를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뉘른베르크에 머무르는 마지막 밤에 갔지만 도시에 도착하고 제일 먼저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엄마는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뉘른베르크에 왔는데 나치 기록보관소와 당원 집회를 위해 지어진 부지에 가보고 싶었다. 독일은 암흑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하필이면 기록 보관소가 레노베이션 중이라 임시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연도 별로 어떤 이벤트가 일어났는지 아주 상세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독일 여행은 독일에게 배워야 할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여행이었는데 역사를 돌아보고 후세를 교육하고 복기하는 자세는 배워야 할 것 중에 으뜸이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로마의 콜로세움이 모티브였던 콩그레스 건물은 50,000 명의 당원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로 디자인되었다고 하는데 지붕도 없는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다. 여기저기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의 터로 입장했는데 분위기와 느낌이 음산하니 좋지 않아 얼마 머무르지 않고 발걸음을 뗐다.



수가 귀엽다고 추천했었던 장난감 박물관. 솔직히 내 스타일은 별로 아니라 휘리릭 보고 나왔지만 다시 한번 독일의 장인정신에 감탄했다. 장난감을 만드는데도 이런 진심이라니. 나는 장난감보다는 저녁에 퇴근했는데 주차자리가 없어서 시무룩한 미스터 쿠글러라든지, 아빠! 이게 스위스에요? 같은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귀여운 그림이 더 좋았다.


카이저버그에서 바라보는 뉘른베르크


뉘른베르크는 도보 여행으로 완벽한 사이즈의 도시다. 매일 세 성당을 거점 삼아 산책을 하곤 했는데 도착한 날은 뉘른베르크의 이너 서클에 가장 북쪽에 있는 카이저버그까지 다녀왔다.



동네 한 바퀴는 숙소 현관에서 열 발짝만 떼면 있는 생 로렌츠에서 시작한다. 늠름한 생로렌츠의 파사드를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아침마다 보는데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내부는 독일 성당의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던 약간은 칙칙하고 심플하지만 견고해 보이는 레겐스부르크의 돔 피터와 닮았다.


우리가 방문하고 있던 기간은 뉘른베르크의 음악 축제기간이라 곳곳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성 로렌즈 성당에서 바흐의 에이치몰, b단조 미사를 한다길래 밤베르크 당일 여행을 하고 돌아온 저녁, 자리가 있을까? 하고 갔다가 두 시간을 붙잡혀있었다. 나는 좀 지겨웠는데 미사 음악과 합창을 사랑하는 엄마가 너무 좋아해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생 로렌스 성당에서 북쪽으로 걸으면 독일스러운 강가의 풍경이 보인다. 뉘른베르크에는 페그니츠라는 작은 강이 관통한다. 독일이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는 데는 사이즈도 사이즈지만 지방의 소도시들의 균형적인 발전과 그 소도시들의 교통망이 아주 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꼽히는데 여기저기 흐르는 강이 교통과 교역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인이 아닐까 한다.  



다리를 건너서 젤라또 가게들을 지나면 뉘른베르크 마켓이 열리는 하웁트마크트(광장?)가 나온다. 고딕 스타일로 지어진 성모 성당, 그다음엔 아름다운 분수대 (영어이름이 무려 the beautiful fountain)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성모 성당은 로렌스나 제발드에 비해 깜찍한 사이즈이지만 뾰족뾰족한 외관이 독특하고 귀엽다.


이 성당은 14세기 보헤미안 왕국을 베이스로 하고 있던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4세가 왕실 예배당으로 지었다. 성당이 세워지기 전 이 자리에는 유대교 사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서 유대인 대학살이 일어나고 사원이 철거되었단다. 유대인에 대한 악감정은 역사가 긴가? 그래서인지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의미로 이 성당 안에는 다윗의 별을 포함한 유대교의 사인이 여기저기 있다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쨌든 FrauenKirche 프라우엔(성모) 키르헤(성당--열심히 커체라고 하고다녔는디)에서는 오르가니스트가 연습을 하고 있어서 한참을 머무르며 감상의 시간을 가졌다. 로렌츠도 그랬지만 성모 성당 역시 파사드로는 입장하는 문을 잠가놨는데 성당 내부로 들어가서 파사드 방향으로 접근하면 금빛으로 장식되어 있는 화려한 입구를 구경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 (좌) 밤베르크 주교, (우) 막시밀리안 1세가 하사한 스테인 글라스


제발트와 로렌츠는 쌍둥이 성당처럼 외관이 비슷하다. 세 성당 중에 숙소에서 제일 멀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발트가 제일 좋았다. 머무는 4일 동안 우리는 도시 산책하고 성당 세 개를 찍고 오는 게 일이라, 제발트를 매일 갔는데도 안에는 한 번밖에 들어가질 못했다. "여행이란 늘 오늘이 마지막이야, 다음 기회는 없어"라는 수의 말이 생각난다.


1050년쯤 기록에 뉘른베르크의 존재와 제발드 성인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곳은 그 제발드 성인이 묻혀있는 교회이다. 이 제발드 성인은 뉘른베르크 북쪽에 있는 숲에 살던 은둔자라고 알려져 있을 뿐, 많은 정보가 있지는 않지만 13세기에 성인 제발트의 무덤 위로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세인트 제발트 교회가 올려진다. 도시 박물관에 의하면 뉘른베르크는 중세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중 하나로 상업과 교역을 통해 번영을 누렸는데 이 시기에 교회도 폭풍 성장을 하며 교회 건물에 새로운 양식과 작품들이 추가되어간다.


1525년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으로 생 제발트는 프로테스탄트로 개종을 했고 16세기, 17세기를 거치며 바로크 양식이 추가되었지만 19세기가 들어서면서 다시 원상복구를 시켰다고 한다. 1945년, 세계 2차 대전 때 두 타워 및 타워의 종들이 영국의 폭격으로 불타버려 지금도 끊임없는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14세기부터 들여오기 시작한 원본 스테인 글라스가 좀 남아있다고 하는데 교회 건물의 중앙 끝, 성 제발드 무덤과 십자가 예수님 뒤로 가장 화려한 세 개의 스테인 글라스는 각각 밤베르크 주교, 신성로마제국의 맥시밀리안 1세 황제, 뉘른베르크 성백직 (성주는 아니고 성 관리인)을 맡고 있던 호헨촐레른 가문의 선물로 특히 황제가 하사한 스테인글라스는 옆에 다른 스테인글라스보다 키도 크고 화려하다.


성당엔 주로 의자들 사이로 중앙 통로가 크게 나있는데 제발드는 일자로 긴 의자들이 놓여있어서 중앙통로가 따로 없고 양쪽으로 두 통로만 나있었다.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 구조다.



성 제발드 앞에는 성 제발드 이름을 가진 소시지 가게가 있다. 현이가 뉘른베르크의 소시지는 독일의 다른지역 소시지와는 다르게 맛있다고 이 가게에서 꼭 소시지를 먹으라고 했는데 누구보다 현이의 맛집 추천을 신뢰하지만 도저히 소시지를 먹고 싶지가 않아서 몇 번 먹지도 않았는데 눈물을 머금고 패스했다. 소세지가 맛있어봐야 더 거기서 거기지 난 이 방향에서 보는 제발트가 뉘른베르크의 베스트샷이라고 생각해서 하늘이 파래질 때면 여기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정말 아름답다.


독일 여행 내내 고기 감자 맥주 고기 감자 맥주에 질려서 국밥이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뉘른베르크에서는 엄마가 한국서 공수해 온 레토르트 사골우거짓국으로 한식을 수혈하며 버텼다. 살 것 같았다. 한식은 최고고 독일 음식은 노잼이다.



유럽에서 밥은 케밥이 제일 맛있다는 솔의 말을 드디어 납득하는 케밥을 만나고야 말았다. 알고 찾아간 곳도 아니고 나치 전당대회 및 기록보관소를 답사하고 어떤 부잣집의 맨션과 뉘른베르크 대학 성당을 들렀다나오니 마침 12시라 배가 고파 뭐 먹을까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는데 열두 시 땅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이 줄줄줄 들어가는 케밥집을 발견했다. 들어가는 동양인들도 꽤 보여서 신뢰도가 높아졌다.


매장이 아주 청결하게 관리도 잘되어있고 재료도 넘나 신선하고 양도 얼마나 후하던지, 케밥 플레이트마다 매번 레몬 반 개를 잘라 즙을 뿌려주고 자지키와 매운 소스 포함 소스도 네 가지나 올려주고(소스 네 개 밸런스 모두 완벽), 밥 반, 감자 후라이 반에 맛있게 구워진 쉐이브 된 이로에 석류알 디테일에 맛, 색감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했다. 하필 주방일이 보이는 각에 앉아서 일하시는 장인 아저씨를 하염없이 바라봤는데 가끔 아저씨가 우리 보라고 쇼맨쉽마저(?) 보여주셔서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한 접시를 다 비우는 그 순간까지 맛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요리해 주시는 분이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시기를,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게 되는 정말 맛있는 케밥 식당이었다. 대도시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곳보다는 동네 사람들이나 학생들이 밥 먹는데서 밥을 먹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컨펌했던 레전드. 10점 만점에 10점 뉘른베르크 최고의 식당. 엄마는 이렇게 맛있게 빵을 또 언제 먹을 수 있겠냐며 빵 사가야 되지 않겠냐며 한참 고민까지 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길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사계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파리 생샤펠 콘서트의 사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훌륭해서 그의 레퍼토리가 한 바퀴 다 돌 때까지 우리는 걸음을 떼지 못했다. 지갑이 열렸다. 유튜브 어디에서 본 것처럼 아무도 못 알아보지만 사실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니었을까. 감동적이었다. 그가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탱고 연주를 시작하자 아직 말도 못 뗀 아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경이로웠다.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아가는 탱고 음악의 리듬엔 춤을 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춤이란 그렇게 자연스러운 몸짓인 것이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아기의 엄마 아빠가 이제 그만 자리를 뜨자고 제스처를 하니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안녕이라 손짓을 하면서도 그 아가의 시선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가는 발걸음을 떼지 못해서 결국 엄마가 아가를 들쳐업고 순간에서 사라져 갔다. 귀여움 오버도스였다.



뉘렌베르크의 너무나 독일스러운 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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