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뮌헨이다. 뮌헨 공항으로 입국을 했는데 뮌헨으로 돌아오는데 거의 3주가 걸렸다.
뮌헨 숙소를 예약하는데 깨나 애를 먹었다. 우리가 뮌헨에 머무르는 동안 뮌헨에서 유로 게임이 예정되어 뮌헨 시내의 호텔이 평상시보다 세 배쯤 비쌌던 것이다. 독일이 조금 잘해줬더라면 독일이 뮌헨에서 경기를 할 가능성도 있었는데 일치감치 떨어지는 바람에 개최국 도시에서 개최국의 게임을 보는 낭만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뉘른베르크에서 뮌헨 숙소를 걱정하다가 시내에서 지하철로 20분쯤 떨어져 있는 외곽의 숙소를 예약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로컬 체험을 제대로 하게 해 준 위치의 숙소였다. 뮌헨 외곽에 아시안계, 중동계 이민자가 사는 동네라 좋은 동네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우리는 동양 사람이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뮌헨 관광지 한복판에서 먹는 밥 보다 동네에서 먹는 아시안 음식들이 입에 훨씬 맞았고 관광객들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가는 식당들이라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뮌헨의 유명하다는 몇백 년이 되었다는 양조장에서 먹은 음식에 크게 실망한 이후로 밥은 주로 동네로 돌아와서 먹었다.
뮌헨에 도착한 날, 시내로 나가기 전 뭘 좀 먹고 출발하자 싶어서 호텔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베트남 식당에 들렀다.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관광지가 아니라 영어 메뉴가 없고 영어가 통하지도 않았다. 구글 리뷰에 있는 사진을 가리키면서 이거 주세요 해서 후루룩 먹 볶음면은 너무 맛있었다. 시내를 돌아보고 피곤해 죽겠는데 밥은 먹어야 될 것 같아서 갔던 중국집에서 먹었던 지삼천과 소고기 쪽파요리는 도대체 식당에서 뭘 먹은 건지 싶게 많이 남아서 남은 걸 싸와서 몇 날의 끼니를 대신했다. 엄마가 지나가면서 눈도장을 찍어놨던 쿤 베커라이(베이커리)는 빵이 너무 맛있어서 우리가 이 동네에 몇 년은 살았던 터줏대감인양 매일 빵과 커피로 아침을 시작했다. 피스타치오 크로상도, 초코 크로상도, 건포도 브리오시도, 결정적으로 페스토 소스가 발린 모짜렐라와 토마토가 껴져 있던 포카치아는 너무 맛있었다. 그동안 강행군의 여행으로 너무나 지쳐있던 우리는 뮌헨에 와서야 약간 쉬는 것 같이 쉬는 여행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슈퍼마켓을 가고 동네 빵집에서 아침 먹고, 열한 시나 되어야 나가는 그런 느긋한 여행. 납작 복숭아가 숙소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그런 여행.
그렇다고 마냥 느긋할 수는 없었던 것은 뮌헨이 마지막 여행지였기 때문이다. 종착지인만큼 본인들의 쇼핑리스트는 물론 고마운 사람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슈퍼마켓과 독일의 올리브영 DM으로 출근을 하고 동네에서 점저를 먹은다음 시내로 출근해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돌아와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