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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Feb 14. 2019

과테말라, 아카테낭고 화산 하이킹 #2

해발 4000m, Volcan Acatenango 의 정상을 향하여

다시 안티구아로 돌아왔다.


라고 아띠뜰란에서의 생활은 별로 그렇게 재밌지가 않았다. 해먹에 누워서 한가롭게 호수나 바라보다가 배가 고프면 밥이나 먹었다가 심심하면 란차 타고 옆 동네를 가서 택스타일 쇼핑을 한다거나.


나의 여행 스케줄의 우선순위는 대부분 대자연 투어로 이루어지는데 산 페드로 하이킹이 너무 볼 것이 없었으니 믿을 건 볼칸 아카테낭고 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불의 고리 지역의 일부로 중남미에는 휴/활화산이 많이 있는데 과테말라에는 일 년 전쯤 볼칸 푸에고의 큰 화산 폭발로 사람들이 다치고 대피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랬던 볼칸 푸에고의 화산 분출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볼칸 아카테낭고를 하이킹한다. 정상은 해발 대략 4000m. 과테말라에서 세 번째로 높은 화산이다. 길머 소이의 베이스캠프까지는 6마일 정도로 (원웨이 대략 10키로) 등산은 해발 2800m 정도에서 시작한다. 밤에 라바가 뿜어 오르는 진경을 보기 위해 전날 오전 10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밤에 야영을 하고 새벽 4시쯤 다시 일어나서 아카테낭고 정상에서의 일출을 보고 하산을 하는 1박 2일, 24시간 일정이다. 여행 소감을 한마디로 해보자면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이렇게 힘든 산행은 처음이었지만 구름 위에서의 야영과 몇 분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화산 분출의 광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화산이 주는 웅장함과 함께 밤하늘엔 별이 가득 차있다.


구름 위를 걸으며 바라보는 Volcan de Agua (휴화산)
Volcan de Fuego, 말 그대로 "불의 화산"이 스모크를 뿜어낸다.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장면이다.


오후 3시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푸에고가 정면에서 몇 분마다 연기를 뿜어낸다. 이제 잠에 들 때까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푸에고를 바라보며 경이를 느끼는 것이었다. 구름에 뒤덮인 해넘이를 구경하고 계속해서 푸에고를 바라본다. 해가 지니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용암이 보인다. 용암이 솟구치며 용암이 산을 따라 흘러내린다... 저 멀리 동쪽으로는 파카야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이 보인다(파카야는 용암이 위로 솟구치지는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스타일이라 용암에 마쉬맬로우를 구워 먹었다는 에피소드를 참 많이 들었다). 정말이지 너무나 경이로운 장면이 계속되었다.  


몸을 비롯해서 마음까지 내내 쉽지 않은 등산이었다. 처음 올라가는 1/4 도중에 한 명은 중도 포기를 해야 했는데 이 1/4 또한 화산 공원 입구로 도달하는 길로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그 구간이 가장 힘들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점은 베이스캠프로 가까워질수록 등산이 수월해졌다는 거다.


해발 고도의 차이 때문에 다양한 초목(vegetation)을 볼 수 있었다. 울창한 정글 숲을 지나, 구름이 걸려있는 침엽수림대, 그리고 나무가 자라지 않는, 자갈과 바람만이 가득한 화산 정상까지. 화산이라는 특징 때문에 두 가지가 특히 힘들었는데 1)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지대가 많아 발이 푹푹 꺼지기 일수였으며 2) 자갈과 모래로 인해 사방팔방이 먼지라 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온몸과 옷이 먼지와 재로 범벅이었고 코를 푸니 까만색 콧물이 나왔다.


같이 올라간 가이드에 의하면 본인이 아주 등산을 못해서 10마일 왕복을 2시간에 끊는다고 했다 (ㄷㄷ, 참고로 3분 43초가 1마일 세계 신기록) 잘하는 경우 한 시간 반에도 끊는다고. 물론 이분은 험한 등산을 일주일에 네 번을 20년가량 하신 분의 말씀이었다. 또 이분들의 말씀에 의하면 새벽 1시 30분 가령 가장 큰 분출이 있다고 하는데 그분들 말마따나 1시 45분에 지반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나는 하이킹이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꿀 잠자는 바람에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Volcan Acatenango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오들오들


새벽 4시, 화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러 갈 시간. 헤드 라이트를 준비하지 못해서 한 손엔 지팡이를, 다른 손엔 핸드폰으로 라이트를 켜고 한 시간 정도를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솔직히 말해 어둡고 춥고 배고프고 뒤돌아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막상 도착한 해뜨기 전 정상은 또 얼마나 추운지, 손수건으로 콧물을 닦다가 코가 다 헐어버렸다. 쓰라리다.


함께 한 그룹은 미국인, 캐나다인을 포함해 유럽 멀리에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 그들의 팔자가 정말 부러웠다. 프랑스 커플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밴을 사서 캐나다, 미국 서부, 중미를 거쳐 칠레까지 향하는 일 년 정도를 여행하는 중이었고, 독일 커플은 지원하지도 않았는데 회사가 일하라고 불러서 일 시작하기 전 몇 달을 놀고 있다고 했다. 더치 피플은... 두 쌍이 있어서 본인들끼리 놀았는데 등산을 겁나 잘했다. 부러워하면 지는 건데 완전 져버렸다.


왼쪽에 파카야, 오른쪽에 푸에고


다음 날, 6시간이 걸렸던 등산은 2시간 만에 하산을 할 수 있었고 안티구아로 다시 돌아오니 1시. 정말 창피하지만 익숙한 맛이 그리운 나머지 맥도날드에 들렀다. 누군가에 의하면 안티구아의 맥도날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라는데 과연 안티구아의 맥도날드의 클라스.  


안티구아의 맥도날드


빅맥 세트를 먹고 세탁을 맡기고 호텔로 돌아와 그대로 뻗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 날이었다. 비싼 호텔이 좋긴 좋구나.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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