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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Jun 07. 2019

멕시코 시티 센트로: 유럽과 아메리카의 그 중간 어딘가

이곳은 유럽인가 북미인가

멕시코 시티에서 머물었던 숙소는 콘데사의 어느 건물의 6층이었는데 오다가다 보니 한국인들이 보였다. 알고 보니 같은 건물 2층에 한인 민박이 있었던 것. 그것이 인연이 되어 운이 좋게도 두 명의 동행과 함께 테오티우아칸을 다녀온 후의 저녁, 한 명의 동행과 저녁 센트로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그다음 날도 센트로를 갔지만 밤의 센트로는 어떨까 라는 호기심과 함께 곱창 타코를 저녁으로 먹어야겠다 라는 이유로 우리는 길을 나섰다.  


우이칠로포치틀리 <출처: 위키피디아>


소칼로의 북쪽에 위치한 멕시코 시티 메트로폴리탄 성당은 스페인이 테노치티틀란(과거 멕시코 시티에 위치해 있었던 아즈텍 문명의 도시)을 정복한 후 그 자리에 1573년부터 대략 250년에 걸쳐 지은 성당이다. 스페인의 건축가가 설계한 만큼 스페인 고딕 양식의 성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스페인넘들은 정말 못된 것이, 자신들의 파워와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해 아즈텍 문명의 도시였던 테노치티틀란을 완전히 파괴한 후 테노치티틀란 사람들이 섬기던 전쟁과 태양의 신인 우이칠로포치틀리의 신전에서 나온 돌들을 이용하여 성당을 지어 올렸다(우이칠로포치틀리는 현 멕시코 국기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아즈텍인들이 가장 숭배하였고 인신공양을 많이 했던 신이다). 그렇게 성당을 지었다면 그들이 섬기는 예수는 그들의 행위를 잘했다고 칭찬을 했을까? 이런 성당이 멕시코시티 센트로의 관광지라는 점, 그리고 많은 멕시코 시티인들이 이 곳에서 매일 미사를 드리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멕시코 시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검은 예수님상이 인상적이다



멕시코 시티 센트로의 소칼로라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이 광장의 정식명은 Plaza de la Constitucion, 한국말로 하면 헌법 광장 정도 되시겠다. 소칼로도 역시 아즈텍의 시절부터 지배자들의 취임식, 종교적 의식, 군 행렬 등을 위하여 사람들이 모이던 곳으로 서쪽으론 대통령궁(Palacio Nacional), 북쪽으로 멕시코 시티 메트로폴리탄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크나큰 멕시코 국기가 아이코닉한 곳으로, 내게 광장은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그런 장소이다. 우리나라도 광화문이나 시청 앞에 이런 대형 태극기 하나 걸어두면 좋을 것 같다.


 

멕시코 시티 소칼로,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대통령궁


다음은 디에고 리베라의 걸작 뮤랄들이 많이 걸려있는 대통령궁으로 향한다. 대통령궁은 15세기 아즈텍 시대를 거쳐 스페인 침략기 그리고 멕시코 독립 이후의 19세기까지도 행정부 수장이 지내던 곳이었는데 2018년 당선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 대통령이 다시 레지던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거주하며 집무를 보는 곳이라 안전상의 이유인지 입장 시에 신분증을 확인했는데 동행님이 여권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때 유럽에서 피카소 등과 친분을 가지며 큐비즘에도 관심을 가졌던 디에고 리베라는 결국 멕시코로 다시 돌아와 멕시코 민중의 역사와 애환을 큰 벽화로 그려내는 데에 집중한며 후에 멕시코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아래 세 벽면에 걸쳐있는 그의 가장 유명한 뮤랄, 멕시코의 역사는 멕시코 혁명 후 세워진 멕시코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정부가 리베라에게 사주한 작품이다. 각각의 벽면은 멕시코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그리고 있으며 그의 부인 프리다 칼로,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를 지배하러 왔던 막시밀란, 트로츠키, 스패니쉬에 대항하여 싸우던 아즈텍인들 등 상징적인 인물들과 우이칠로포치틀리(정 가운데 뱀을 물고 있는 독수리)가 다시 한번 나타난다. 멕시코다운 알록달록한 색감과 뛰어난 디테일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다만 대통령궁에 아쉬웠던 점은 리베라의 뮤랄 외에도 볼 것이 정말 많은 하나의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는커녕 영어로 된 설명도 없어서 뭐가 뭔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팔라시오 나시오날에 있는 디에고 리베라의 뮤랄, 멕시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대통령궁을 포함한 멕시코 시티의 곳곳에서는 베니또 후아레즈라는 인물의 동상, 기념비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는 멕시코의 26대 대통령으로 역대 멕시코 대통령 중 유일한 멕시코 네이티브 출신(스페인 피가 섞이지 않은)이며 외세 침략(특히 프랑스)에 저항하고 멕시코 민족주의 정신을 계승한 현대 멕시코의 설립자(미국으로 치면 애브라함 링컨 정도)로 존경받는다고 한다. 이 분은 멕시코 20페소 지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알라메다 공원의 베니또 후아레즈의 기념비
대통령 궁에 있는 후아레즈의 동상


멕시코에 오기 전, 노랗고 주황색의 지붕이 예쁜 예술 궁전의 뮤랄 전시회를 보는 것 그리고 예술 궁전 바로 옆에 위치해있는 황금 우체국을 방문하는 것 또한 나의 계획이었지만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예술궁전은 밤에 산책 한번, 낮에 반대편 카페에 올라가서 커피 한 잔 하며 경치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멕시코 시티에만 5일을 할애해도 보고 싶은 것을 다 보기에는 시간이 역부족이었다.


예술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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