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시티를 벗어나 1박 2일
멕시코 시티 TAPO 터미널에서 동남쪽으로 2시간정도를 달리면 1862년 5월 5일, 프랑스 침략을 막아낸 싱코 데 마요 (Cinco de Mayo, 5월 5일)로도 유명한 푸에블라에 이를 수 있다. 멕시코 시티 주변 도시들을 다 제치고 내가 이 곳에 오기로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음식이었다. 한 수녀님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몰레 소스의 고향이자(카카오, 커피,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든 소스), 나의 멕시칸 보스가 강추했던 칠레 엔 노가다, 그리고 이 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카모떼를 포함한 각종 사탕들까지. 푸에블라는 음식으로 유명한 동네다(음식에 대한 포스트는 한번에 몰아서 하기로 한다).
여느 도시와 같이 이 곳에도 도시의 중심에는 소칼로가 위치해있고 남쪽으로는 푸에블라 성당이 있다. 짧게 들은 가이드에 의하면 왼쪽 타워에 있는 종들을 "천사들"이 걸어올렸다는 "전설"이 내려오지만 그런거 없고 사람이 걸었다고.. 특히 야경이 아름다웠고 내부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굉장한 규모의 팔각형 제단을 가지고 있다.
푸에블라는 질 좋은 진흙으로 주변지역에 있던 자기 예술가들이 유입되었는데 스페인의 침략 이후 유럽에서 들어온 테크닉과 토착의 디자인이 함께 융합된 뒤 "포블라노 탈라베라"라는 지역색이 진한 자기를 탄생시켰다. 식당에서 먹은 몰레 포블라노나 칠레 엔 노가다 모두 이런 그릇에 서빙이 되었고 알록달록한 색감에 마음을 뺏겨 엘 파리앙 시장에서 컵을 두 잔 미국으로 들고왔다.
푸에블라에서 단 하나의 성당을 방문한다면 이글레시아 산토 도밍고를 가시라, 라는 글을 보고 방문한 성당. 운 좋게 성당 문이 열리는 시간에 도착하여 화려한 채플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달걀 흰자, 밀가루, 물을 섞어 디테일을 짜고 그 위에 도금을 했다고 하는 이 채플은 계속해서 성당 관계자가 가이드를 하고 있었다. 스페인어라서 알아들을 수 없었던게 아쉬웠지만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첫번째로 세워졌다고 여겨지는 공공 도서관 또한 푸에블라에 있다. 1646년 스페인 지배 하 멕시코 당시 비숍이었던 팔라팍스 멘도사에 의해 세워진 이 도서관은 그가 기부한 5,000권으로 시작하여 45,000권이 넘는 책을 소장중이며(유럽에서 가져온 뉴턴의 책도 있었음) 그가 도서관을 개관하며 걸었던 단 하나의 조건은 종교인 뿐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누구든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금전적으로 부자는 아니었을지라도 지식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멋지게 실천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가 종교인이었기 때문인지 도서관의 남쪽 끝에는 금색의 작은 제단이 있다.
푸에블라에서 멕시코 시티로 떠나기 전 오전의 비는 시간에 바로크 박물관을 갈 지, 푸에블라 비밀 터널에 갈 지 결정을 못하겠어서 호텔 리셉션에 물어봤더니 터널이 좀 더 "푸에블라" 스러운 곳이라 하여 비밀 터널에 가기로 했다(바로크 박물관은 좀 더 멀기도 했고). 오랜 시간 도시 전설로만 여겨지던 지하 비밀 터널이 2015년에 발견되었는데 이 비밀 터널의 연식이라던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프랑스 항전 때에도 이용되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딱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높이로 만들어져있고 아직도 계속 발굴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