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뜨의 멕시칸 음식 도전기는 계속됩니다
닭가슴살로 파스타를 해 먹을까, 뭘 해 먹을까 생각하다 파히타(파지타? 어쨌든 멕시코 음식-- 이라기 보다도 텍스멕스)로 결정! 냉장고에 쓰다 남은 재료를 모아놓고 보니 멕시코 국기 그 자체다. 계량은 없다. 양파 반개쯤, 피망은 몸에 좋으니까 한 개, 작은 토마토 하나, 할라피뇨, 남아있는 한 줌의 고수를 다듬기로 해본다. 양파랑 피망은 멕시칸 시즈닝을 넣어서 볶아낼 거고 할라피뇨는 통으로 구워 줄 것이다. 토마토와 고수는 집에 있는 살사 제품에 더해줄 예정.
양파와 피망은 얇고 길게, 할라피뇨는 위아래를 날리고, 토마토와 고수도 잘게 썰어준다. 그리고 코스트코에서 산 유기농 살사를 세 스푼 정도 고수와 토마토에 끼얹은 후 비벼준다. 라임즙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관계로 스킵... 살사에 양파를 넣어도 좋은데 양파는 양이 많지 않아 볶은 걸로 몰빵.
지난번에 콩은 너무 먹고 싶은데 스크래치부터 만들기는 귀찮아서 산 고야의 유기농 까만 콩(프리 홀레 네그로즈). 통조림이긴 한데 성분표가 콩, 소금, 물이 다라고 하는 거 봐서 사보았는데 이 놈 물건이다. 멕시칸 시즈닝만 뿌리니 생각하는 바로 그 맛이 난다. 아마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 생콩으로 조리하는 법이 궁금하다면 마그리뜨의 이전 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양파가 피망보다 캐러멜 라이즈 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혀 과학적 근거는 없음) 식용유를 팬에 달군 후 양파부터 투하하고 양파가 적당이 익어간다 싶을 즈음 피망을 넣어서 볶아준다. 피망과 양파가 모두 야들야들해져서 프라이팬에서 나오기 전 1분 전쯤 직접 배합한 시즈닝을 투하해준다. 시즈닝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는데 배합비를: 큐민 1T, 파프리카 1T, 오레가노 1T, 어니언 파우더 1/2T, 갈릭파우더 1/2T, 코리앤더 1/2T, 치폴레 1/2T, 카옌 찔끔, 후추 1/2T, 설탕 한 꼬집으로 해서 만들었다. 이 마법 시즈닝은 어느 음식에나 뿌리면 멕시칸 음식을 탄생시켜주는데 이 가루는 곧 치킨을 양념해주는데도 쓰이고 콩요리에 투하하면 멕시칸 음식점에서 먹는 맛을 나게 한다. 울 집에 있는 카옌은 어찌나 매운지 찔끔 만 넣었는데도 시즈닝이 맵쌀 하다.
육고기 조리는 주로 나의 파트너의 소관이라 절차 사진이 없는데 닭가슴살 덩어리가 너무 커서 4조각으로 자른 후 역시 내가 만들어 둔 매직 시즈닝으로 닭가슴살을 범벅시킨 후 프라이팬에서 조리했다. 약간의 레스팅 후 고기 결 반대방향으로 먹기 좋게 썰어준다.
이것도 역시 나의 파트너의 작품. 원래 이런 비쥬얼의 밥을 해내려는 건 아니었다고 하는데... 토마토 페이스트도 없고 집에 망한 바스마티 (날리는 긴) 라이스가 있어서 중동을 모티브로 한 것만 같은 무슨 밥이 나왔는데 맛은 아주 좋았다. 이것도 역시 내가 만든 매직 시즈닝에 강황가루로 노란 색깔을 낸 후 고수를 뿌려주었다. 우리는 정말이지 고수를 사랑한다.
이 밥 조리가 망한 건 순전히 나 때문이다. 바스마티 라이스 포장지에 적힌 대로 자신 있게 조리했을 뿐인데 하필이면 씻으라는 인스트럭션이 없어서 말 잘 듣고 안 씻었더니 밥이 너무 전분y헀다는...
텍사스에는 HEB라는 텍사스와 멕시코 등지에만 있는 특별한 슈퍼마켓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매일매일 똘띠아를 구워서 판다. 따뜻할 때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 주로 뭉치로 사다가 집에 얼려놓고 멕시칸 음식을 먹을 때마다 몇 장 씩 무쇠판(로지)에 구워 먹는다. HEB의 똘띠아는 텍사스를 떠나면 그리울 것이다.
완성된 메인 디쉬 - 타코에 싸 먹기 좋게 썰은 닭가슴살과 숨이 죽은 피망과 양파, 그리고 언제 먹어도 맛있는 할라피뇨 통구이.
오늘의 밥상 완성: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똘띠아, 중동 저 어딘가 혹은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밥, 대만족 했던 콩,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이 썰어서 버려야 했던 아보카도, 메인 파히타 디쉬와 살사.
그리고 우리가 타코를 먹는 법. 콩을 넣어도 좋고 밥을 넣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