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독서 Project
오늘을 대표하고, 미국을 대표하고,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 Google. 단순 검색에서 시작해서 구글맵, 유투브, 행아웃, 안드로이드 등 끊임없이 자신들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고 나아가고, 기존의 관료제와 대기업으로 대표하는 문화를 과감히 지양하며 자유롭고 새로운 문화를 대표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기업, 그곳이 바로 구글이다. 한 번이라도 구글이라는 기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충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사무실과 특급 호텔 뷔페에 버금가는 점심 식사 그리고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분위기를 보고 감탄하고 놀라곤 한다. 하지만 외면적인 것 딱 거기까지. 그들이 어떤 이유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또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올 수 있는지 그 내면적인 힘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구글 내부의 인사 시스템을 들여다보면서, 구글 전체에 흐르는 구글만의 생각, 신념, 분위기, 제도 등을 알려준다. 단순 구글의 제도와 문화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목표와 생각을 가지고 제도가 시행됐고 또 어떻게 그 제도를 보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 또한 보여준다. 특히 인사 담당자의 시점에서 바라봤다는 것에서 더욱 특별하다. 직원들과 가장 많이 소통해야 하고, 그들이 어떻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 확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조직관리의 가장 근본적인 조직이 인사조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대기업과 구글과의 큰 차이점은 자유였다. 비록 내가 우리나라의 모든 대기업들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해보면 우리나라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기업 문화에 전제되어 있지 않다. 기업에서 인사 관리의 목적은 직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인사부서는 이 목적을 위해 채용에서부터 퇴직까지, 그 사이의 수 많은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인사의 초점이 사람이 아닌 업무에 있다. 업무에 사람을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랄까. 이를 위해 대부분의 인사 업무(평가, 보상, 조정 등)는 매년 특정한 시점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기적인 업무에 상당한 양의 시간과 자원을 매년 투자하면서도 그 효율성은 점점 더 발전되지 않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스템이 아무리 비효율적이더라도 주어진 조건과 환경 하에서 주어진 일만 하도록 문화가 그렇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명의 인사 담당자가 어떤 시스템이 매우 비효율적이고 번거롭게 세팅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알다고 하더라도, 이미 회사 전체에 적용된 이 시스템을 고치거나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 가능성은 너무나 작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업무만 하느라 큰 흥미를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은 다르다. 구글의 문화는 자유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구글 인사의 초점은 업무가 아닌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까 가 이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더군다나 구글처럼 스타트업에서 시작하여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겪어온 기업이라면 당시의 상황에 맞는 인사 제도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면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항상 지금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해결책을 생각해보면서 또 실험을 통해 최고의 해결책을 가려내어 적용하는 것. 그래서 항상 발전하고 최고의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유'라는 구글의 문화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구글 인사 운영의 핵심은 항상 심리학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인사'라는 말 자체가 인간의 일, 인간 사이의 일을 뜻하는 단어인데 당연히 인간의 심리학이 배제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가 아닌가. 평가의 예를 들어 보자. 기업은 매년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그 평가를 토대로 내년 연봉을 새롭게 조정한다. 하지만 구글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그 평가결과와 함께 여러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종합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평가 방법에 대해서, 피평가자와 평가자에 대해서, 평가 후의 교육 및 후속 조치에 관해서, 세세하게 구분된 설문 결과는 모이고 모이면 커다란 빅데이터가 된다. 이 빅데이터들을 가공하여 구글은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더욱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한 근거자료를 마련한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 타당하고 합리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소리가 아니다. 수 많은 기업들이 평가를 하는 것에 집중하지 그 이후의 후속 조치에 관해서는 별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그 시스템이 너무나 복잡해서 시도할 엄두조차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러한 필요조차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인사업무를 HR(Human Resource)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는 Resource(자원)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조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이용하기 위한 심리학적인 데이터는, 구글이 앞으로 새롭게 보완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이런 자료 자체가 없다면 지금 시스템이 어떤 것이 문제이고 혹은 어떤 인력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만한 소스 자체가 없다. 이러한 역할을 우리나라에서는 업무가 끝난 후 술을 먹으면서, 회식을 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큰 문제점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는 데 돈은 들지 않잖아요. 사실 이건
여기 있는 분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실제로 구글은, 구글의 인사부서는 '자유'라는 근본적인 개념을 가지고 더 나은 구글을 만들기 위해 항상 실험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시행되는 대다수의 제도들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큰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다. 구글이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는 셔틀버스, 점심, 퇴직금 등 손에 꼽을 만큼 한정적이다. 나머지는 직원들을 믿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제도들이다. 직원들 스스로가 회사의 주인으로서 자유를 가지고 행동하고 스스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그저 지원만 해주는 것이 구글 인사 운영의 시작이다. 즉, 직원들이 사내에서의 자유를 실천할 수 있게끔 그 자유를 전달해주는 것이 구글 인사 업무의 핵심이다. 이 책을 보면서 인사 업무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중요한 지를 새롭게 깨달았다. 인사 업무는 한 조직의 문화를 바꿀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구글이라는 기업의 진정한 힘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도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 하나만 바꾸면 우리 기업들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