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하루 전 알동기(입대날짜가 같은 사람)인 k와 나는 마지막으로 후임들과 나눠 먹을 음식이 담긴 묵직한 비닐봉지를 든 채 부대로 복귀했다. 마지막이기에 들뜬 마음인지 아니면 나를 부럽게 바라보는 후임들의 시선 때문인지 나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고 행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별로 안 친한 후임의 반말 섞인 장난도 긴 휴가 동안 공용이 되어 엉망이 된 나의 관물대도 개의치 않았다. 그때 난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었고, 힘들었던 과거를 지나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생기는 벅찬 느낌을 억누를 수 없었다. 하지만 k는 나와 달라 보였다. 그는 아무도 없는 흡연장 외진 구석에 앉아 뭔가 침울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내일에 대한 설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을까? 나는 k에게 다가가 말했다.
“야! k 뭘 그렇게 우울해? 그게 내일 전역하는 군인의 표정이냐?”
k는 순간 다소 놀란 표정으로 날 보더니 살며시 웃으며 나를 반겨줬다.
그때의 k의 소리 없는 표정의 대답은 매우 익숙했다. 솔직히 k는 나와 가장 친한 동기이면서 어려운 상대였다. k는 나와 달리 자기관리가 아주 철저했다. 2년 동안 내가 사이버지식정보방과 오락실에 시간과 돈을 헌납하는 동안 k는 누구보다 무거운 바벨을 들거나 홀로 연병장을 뛰었다. 또한 k는 독서를 아주 좋아했다. 휴가를 갔다 오면 항상 책을 가지고 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관물대에는 항상 책으로 꽉 차있었고, 내가 생활관에서 본 k의 모습 대부분도 책을 잡은 그의 모습이었다. 어느 날은 두꺼운 책을 가져오더니 몇 달 뒤에 어려운 자격증을 합격해서 포상까지 받은 그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 잘 나가는 모습에 시기심이었을까? 아니면 강한 동경심이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k의 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거리는 마치 나는 어린이로 k는 어른으로 만들면서 우리의 대화는 줄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 그런 거리와 감정들이 중요한가? 이것이 약 2년간 알고 지낸 k와 마지막 대화일 수도 있는데... 그렇기에 나는 평소와 달리 그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날 어린애 보듯 웃지만 말고 뭔데? 말해봐 오늘은 이 형이 다 들어줄게!”
k는 잠시 고민을 하다 몇 모금 안 남은 담배를 깊숙이 들이키고 내뱉으면서 말했다.
“이번 휴가 때 우연히 내 첫사랑을 만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