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6

by 이팔작가

k는 그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에 k는 과음을 한 듯 취해있었다. 그런 취기에 k는 멍하니 땅을 보며 집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자꾸만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 순간 23살 k는 투박하고, 바보 같았던 20살의 k가 되어버렸다. 군대에서 읽은 많은 책이 그를 어른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더 이상 가질 욕심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2년의 시간은 u를 다른 위치로 만들었지만, k를 그 위치로 가게 하지는 못했다.

k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크게 들이키고 내뱉으면서 말했다.


"2년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이었어. 그녀가 그때의 모습을 잃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던 내가 바보였던거지. 나만 20살부터 그 마음을 어리석고, 힘들게 지키고 있었던 거였어... 2년 동안 살을 빼기 위해 달렸던 연병장과 능력 있는 내가 되기 위해 연등을 하며 공부했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난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 말을 자신 있게 하는 내가 되기 위해 2년의 시간을 힘들게 참고 버텼는데... 그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보는 k의 우울한 표정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후임에게는 모범이 되는 k였고, 선임에게는 제대 후에 같이 술 한 잔 하고 싶은 후임이었기 때문에 나는 k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우상의 약한 모습은 궁금하기는 했지만, 막상 보니 반갑지는 않았다.

k는 말을 끝내고 잠시 생각이 잠긴듯하다 말을 이었다.


"너 '안개꽃'이라고 알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놀랐지만, 나는 대답했다.

"알지, 꽃다발 장식할 때 자주 쓰는 꽃이잖아."


k는 나의 대답을 듣고 마저 말을 했다.


"나는 안개꽃이 되고 싶었어. 누구는 인생에 튤립이 되고 싶어 하고, 누구는 무궁화가 되고 싶어 하겠지만 나는 안개꽃이 되고 싶었어. 그냥 보면 볼품없지만, 어떤 꽃과 같이 있을 때 그 꽃을 빛나게 해주는 그런 안개꽃이 나는 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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