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의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며 존경했던 k의 꿈이 겨우 안개꽃이었다니.. 그녀는 k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을까? 어떤 의미가 있기에 2년이란 시간 동안 k를 모두가 동경하는 어른으로 만들었고, 겨우 안개꽃에 그를 만족시켰을까? 그리고 난 지금 k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말로 k의 깊은 상심을 상쇄시켜줄 수 있을까? 여러 물음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동안 k는 담배를 다 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뭔가 말을 해주고 싶었다. 후임 모두 존경한다고, 너는 정말 멋진 남자라고 나는 k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급하고 정리 안 된 생각으로 나는 말했다.
"네가 아까워, 내가 u를 모르지만, 넌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어. 지금 이 순간 너는 그 당시 너에게 패배감을 주었던 선배들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지금 요기에 있어. k, 자신을 과소평가하지마."
k는 나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깝다는 그 말 참 좋은 말인 것 같아. 그래 내가 나를 과소평가 했었나봐. 2년이란 시간 동안 난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고, 그에 따른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으니깐... 고맙다 너의 말에 힘이 좀 난다."
나는 나의 말이 그에게 힘이 되었다는 생각에 으쓱하며 말했다.
"야, 춥다 그만 들어가자."
그는 나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듯 하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들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 나 이거 하나만 피고 들어갈게."
나의 말은 조금의 의미도 없었다. 담배를 꺼내 든 k의 표정은 처음 담배를 피우고 있던 그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가 들이키고 내뱉는 연기는 얼음 같은 철원의 날씨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자욱해 보였다. 그 연기는 마치 자신의 감정을 연기에 다 담아 날리려는 마음이 내포된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그런 k의 모습을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자리에서 안 떠나자 k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 군대에서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시집을 많이 읽었어. 무언가 나에게 와 닿는 시가 참 많더라고, 그중에 외우고 있는 시가 있는데 말해줄까?"
나는 멍하니 있다가 질문을 받아 얼떨결에 대답했다.
"시?? 그래 무슨 시인데?"
k는 기억을 거스르는 듯이 몇 번 중얼거리더니 나지막하게 시를 읊었다.
序詩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